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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장기말이 건방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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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024-09-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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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소재로 한 장기놀이는 고대 인도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는 것이 통설이다. 승려 혹은 왕비, 현인이 발명했다는 각기 다른 주장이 있다.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장기는 풍토에 맞게 기물 명칭과 배치, 행마법, 승부를 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게 정착됐다. 긴 세월에 걸쳐 변화하며 오늘에 이르렀기에 나라별 행동 방식이나 사유 특징, 군사사상 등과 같은 고유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국자의 처세를 엿볼 수 있어 ‘사람은 잡기를 해보아야 마음을 안다’라는 속담이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뺨 맞고도 하는 것이 훈수여서 불리한 편에 서서 수를 알려주는 독특한 훈수문화가 있고, 마와 상의 위치를 바꿀 수 있으며, 한 수 쉬어가는 규칙이 있어서 비겨 끝내는 빅장으로 마칠 때가 많다. 실내뿐만 아니라 느티나무와 소나무 등 정자목 아래는 물론 산꼭대기나 계곡 옆 바위에 장기판을 새겨두고 즐길 정도로 친근하다.

강릉에서 40여년 바둑과 체스 일을 하며 유물을 수집 전시 중인 배희선씨(카페 바체프)는 입으로 떠돌던 강릉의 ‘암각 장기판’을 남다른 집념으로 추적해 밝힌 주인공이다. 늘 아내와 함께였는데 동네사람들에게도 잊힌 땅재봉, 바리봉, 유상대, 태장봉 암각 장기판과 도로 확장으로 사라진 유등리까지 모두 5곳을 찾아냈다. 주문진 향호리 바리봉의 암각 장기판은 거북바위 머리에 해당하는 곳에 있었는데, 소가 풀 뜯는 사이에 지루함을 달랠 겸 감시할 목적이어서 맨꼭대기였다고 알렸다.

간호법이 공포된 9월 20일 ‘장기말’이 입돋움에 올랐다. “그만 나대세요. 그럴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 장기말 주제에 플레이어인줄 착각 오지시네요.(생략)” 대한의사협회의 한 임원이 SNS에 대한간호협회 보도자료를 곁들이며 ‘건방진 것들’이라는 마침표를 찍어 날린 멘트였는데, 의료공백사태로 민감한 상태여서 삽시간에 화제가 됐다.

장기와 서양장기인 체스에 진심인 배희선씨에게 장기놀이의 덕목에 대해 문의했다. 배씨는 “대국자와 장기판이 있어도 장기말 없이 플레이할 수 없고, 장수 말과 병졸 말도 협조적 관계”라며 “무엇보다 장기를 플레이어와 말로 구분해 가르치지 않는다”고 황당해했다. 쥐락펴락해온 권한이 실상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임을 깨닫는 것이 장기의 미덕이고 그저 정답게 놀면 그만이다. 


원문보기 :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66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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