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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밀정 이종형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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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1회 작성일 2024-04-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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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2월 2일자 신문에 지금의 국회의원인 민의원이 사고로 절명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2월 1일 정선군 지역구 이종형 의원이 탄 지프가 서울에서 수원으로 가던 중 전복돼 숨을 거뒀다는 것이다. 눈길에 미끄러져서 차가 뒤집히려 할 때 이종형이 차에서 내려뛰었는데 지프가 그 위를 덮치면서 40여분 후 사망했다. 대동신문사 정치부장이 동승하고 있었는데, 설날 사흘을 앞두고 사냥 가던 길이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종형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를 탄압 고문한 경찰 김덕기, 노덕술, 하판락 등에 비해 낯선 이름이나 그의 악질적인 행각은 이들에 못지않다. 2002년 국회의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에서 1948년 제헌국회에서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에 근거해 심사를 거쳐 주요 친일자 708명을 발표했다. 이 명단엔 밀정 중에서도 간악하기로 유명한 16명이 포함돼 있는데, 이종형이 등장한다.

1895년 정선에서 출생한 이종형은 이종영으로도 불린다. 의열단에 위장 가입해 관동군 밀정 노릇을 할 때는 ‘권수정’이라는 가명을 썼다. 1930년대 만주 일대에서 암살하고 옥사로 죽음에 이르게 한 독립운동가는 수십명에 달한다. 무장투쟁 독립운동가 남자현 열사가 하얼빈역으로 가려던 것을 밀고한 이종형이 영화 ‘암살’의 이정재 배우가 열연한 염석진의 실제 모델로 지목된다.

이종형은 광복되자마자 석달여만에 ‘대동신문’(대한일보)을 창간하고 자매지로 ‘가정신문’을 만들어 아내 이취성을 편집인으로 앉혔다. ‘청년신문’ ‘민중신문’ 등도 발행하며 언론인으로 신분을 세탁했다. 신문사 건물에는 ‘한국반공단’을 설치해 대표가 됐으며, 대동신문 사장으로 사설을 직접 쓰기도 하면서 자기가 쓴 글에 대해 한 글자도 손을 못 대게 하며 언론을 휘둘렀다.

반민족행위로 재판정에 섰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인으로, 다시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는데 공공의 직함을 더해준 것은 선거였다. 이종형은 1948년 10월 서울 동대문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한국반공단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서울에서는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여겼는지 1950년 5월 2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소속으로 고향 정선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극우 언론인’으로 밖에 남지 않았을 희대의 친일밀정 이종형에게 귀한 옷을 입혀준 것은 유권자였다. 이런 몹쓸 자가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 선택했던 것일까. 박미현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37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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