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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칼럼/9.16] 끝장이 최선이다

작성일 13-09-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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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은 진실이 규명돼야 잦아들 문제

청와대든, 법무부든 채 총장이 유전자검사라도 받게 시간을 주는 게 득책

더이상 방법 없을 때 정리해야 논란 줄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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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논설위원실장




세상사, 모두 결말을 보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婚外子) 논란은 끝을 봐야 정리될 문제다. 저급한 호기심에서가 아니다. 이번 논란의 성격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친자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한 채 총장을 둘러싼 갈등설 외압설 음모론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소모적인 논란만 키울 것이다.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검찰총장이라는 권력기관의 최고 수장이 혼외자를 두고 오랫동안 이를 숨겨왔는가, 즉 ‘사실’에 관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렇다고 단정했고, 채 총장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양쪽 주장에 타협의 여지는 없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진짜 사건’이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채 총장이 정말 떳떳하다면 그가 총장직에 있든 없든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하는 게 옳다. 그래야 진정성을 인정받고 최후의 카드인 유전자 검사의 길도 열린다. 문제는 실현 여부다. 엄마 임모 씨가 거절하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게 분명하다. 그래도 최소한 그 단계까지는 가야 여러 논란이 해결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채 총장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다면 임 씨가 유전자 검사를 안 받겠다고 하는 시점에서 법무부는 감찰이나 진상조사를 하면 된다. 다른 방법도 없고 혼란도 방치할 수 없으니 일선 검사들도 그 시점의 감찰에는 반발할 명분이 없다. 그런 점에서 먼젓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는 시기와 방법이 부적절했다. 검사들과 민주당이 반발할 빌미만 주고 말았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줘 채 총장에게 퇴로를 열어줬을 수도 있다.



채 총장이 공무원 신분을 벗더라도 진상 규명을 위한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임 씨가 유전자 검사에 응하고 친자로 밝혀지면 채 총장은 거짓말까지 한 부도덕한 공직자로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아닌 것으로 드러나도 그는 존경받지 못한다.



소송을 하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처리 방향이 잡힐 것이다. 채 총장이나, 검찰이나 이미 만신창이가 된 마당에 청와대가 얘기했듯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면 그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임 씨가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도 없다. 그 예단은 아이가 채 총장의 아들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심증은 사실이 아니다.



아이가 친자이든 아니든, 공직자로서 채 총장의 처신은 부적절했다. 총장직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데도 동의한다. 그는 감찰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물러날 수도 있다. 그런데 논란의 핵심은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라 그보다 한층 폭발력이 큰 ‘혼외자 여부’다. 뭘 규명할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봐야 억측이 줄어든다.



나의 또 다른 궁금증은 같은 언론인으로서 조선일보의 보도 수위에 대한 것이다. 채 총장과 임 씨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조선일보의 취재는 꼼꼼했다. 누구라도 기사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혼외자임을 입증할 ‘마지막 한 방’은 없었던 듯하다. 채 총장과 아이가 찍은 사진, 채 총장과 임 씨의 통화 기록, 채 총장이 임 씨를 도와준 입출금 기록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이번 논란은 싱겁게 끝났을 것이다.



기사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게 상식이다. 그래서 아깝지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기사도 적지 않다. 아이가 채 총장의 아들로 확인됐을 경우 조선일보가 얻을 ‘이득’과, 아닌 것으로 드러나 조선일보가 입을 ‘타격’을 비교해본다면 후자 쪽이 훨씬 더 크다. 기자도, 보도책임자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혼외자의 존재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로 밝혀져도 최초 보도의 결정 과정은 여전히 궁금한 대목으로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자문(自問)해 보게 된다. 내가 만약 이번 보도의 책임자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이번 논란은 새로운 현상을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예전에는 언론의 문제 제기에 도덕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져야 할 책임보다 더 큰 책임을 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러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이젠 공직자든, 평범한 인물이든 자신이 책임질 만큼만 책임지겠다고 하고, 그런 태도를 지지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기자들이 타고 건너야 할 외줄이 더 가늘어진 것이다. 이번 논란은 언론계와 언론인들에게도 숙제를 남겼다.



심규선 논설위원실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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