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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칼럼

[383호] 디지털 시대 뉴스룸에서의 단상 (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작성일 16-08-3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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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호


디지털 시대 뉴스룸에서의 단상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영국 유력지의 극단적 선택에 씁쓸

가슴을 가장 덜컥거리게 했던 올해의 뉴스는 326일 영국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지의 종이매체 폐간 선언이었다. 1986년 창간돼 한때 40여만 부까지도 발행했던 중도좌파계열 권위지의 결단이었다. 종간 당일의 헤드라인은 “Stop Press”라는 빨간 색 문구였다. 그 밑에 “Read all about it(and enjoy four souvenir supplements) in this, our final printed edition)”이라고 쓴 안내를 접한 인디펜던트지 기자와 독자들의 착잡한 심경을 헤아려 보는 것 역시 어렵지 않겠다.

 

자금난, 무리한 파생신문 발간 등 요인이 있었지만 어쨌든 종간 당시의 발행부수는 누가 봐도 생존이 힘든 3만부를 간신히 넘기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인디펜던트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독자들이 옮겨감에 따라 지난해엔 신문 부수가 54천 부까지 떨어지고, 온라인 트래픽은 290만 건까지 부쩍 늘어나는 상황에 접했다는 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해외미디어동향>에 최근 이 부분과 관련된 의미있는 후속 내용이 실렸다. “그들은 종이신문 인쇄 중단이 돈이 없어 어쩔 수없이 한 선택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인디펜던트 사주인 알렉산더 레베데프의 아들 예브게니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렇게 밝혔다.

 

신문산업이 변하고 있다. 독자가 변화를 주도한다. 그들은 디지털이 미래라고 말하고 있다.”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가 아니라 남들은 왜 이런 결정은 내리지 않는가를 궁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백척간두에서 두 개의 전략에 모두 욕심을 내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다.”(박장희 중앙일보 경영총괄 기고)

 

인디펜던스 지의 극단적 선택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언론사들의 고민 역시 방향이 비슷한 현재 진행형이다. 종이신문 또는 이미 올드미디어로 범주화된 방송까지도 디지털로의 제작 역량을 얼마나 확충시킬 것인지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디지털로의 제작 에너지 전환에 상응하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거대 공룡 포털이 뉴스 수요를 싼 비용으로 포식하고 있는 게 한국적 특수상황이다. 기술 발달로 디지털 광고를 제거시켜 준다는 Ad blocker의 등장은 슬픈 역설이다. 페이스북이나 다음카카오, 인스타그램 등이 언론사 뉴스 포털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힐 정도로 무서운 디지털의 기세는 언론사 종사자들의 심기를 개운치 않게 하고 있다.

 

끊임없는 디지털로의 노력과 함께 역시 해법의 기본은 콘텐트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플랫폼과 무관하게 돈을 주고 꼭 구매할 정도의 콘텐트를 공급할 수있느냐가 생존의 요체다. 그러나 과연 어떻게 콘텐트를 업그레이드시킬 것인가.

 

지난해 말 둘러본 선진국 언론에서 몇 가지 팁을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콘텐트 공급 주체를 개방(open)하는 문제다. 미 포브스지가 그런 사례였다. 기자들의 전유물이던 기사, 칼럼을 1800여 명의 기고자에게 개방하고 있었다. 저널리즘 윤리 계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기술, 의료, 에너지, 세금, 은퇴 등등 모든 영역에서 전문적 글을 독자들에게 바로 매개하고 있었다. 루이스 드보르킨이라는 최고콘텐트책임자가 주도한 이 혁신으로 포브스지는 비즈니스위크, 포춘을 압도하는 실적을 내고 있었다.

 

고품질 유료 콘텐트 공급이 생존 요체

콘텐트 공급자인 기자의 정의를 다시 규정해 보는 것도 유의미할 듯싶다. 단순히 담당 영역의 발생 사안에 대한 일회성 취재, 보도의 반복을 벗어나자는 생각이다. 해당 취재 영역에 대한 교수, 전문가, 공직자, 이해집단 등의 유무형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같은 지식 소통 포럼의 주재자나 PD로서 기자가 자리매김하는 방식이다. NYT 기자들이 대표적 모델인 듯싶었다.

 

빠른 뉴스와 느린 뉴스 팀의 구분도 새로운 트렌드다. 인터넷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순 속보 공급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 그 여력을 호흡 긴 심층기사 제작에 투자하는 구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굳이 기자가 아닌 인력이라도 속보데스크에서 단순 속보를 처리해주고 있었다.

 

빅데이터 분석을 무기로 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구현은 최근 콘텐트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숨진 99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한 뉴스는 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미국 대선의 각 주별 투표 통계를 빅데이터화해 2010년 상원 선거, 2012년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38세의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가장 창조적인 콘텐트 인물 1위로 떠올랐다.

 

아직 디지털 시대의 모델을 찾지 못한 한국 언론사들이 창조적 대안을 위한 소통과 연구, 협력을 해 나가야 할 절실한 이유다. 레드오션 내의 부수, 시청률 경쟁만으로 지새다가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는 슬픔은 겪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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