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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4.4] 박근혜 손에 쥔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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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606회 작성일 2013-04-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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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과거 7차례 불황에서 빠져나왔을 때 GDP 성장률이 평균 4.2%였는데 이번엔 2.2%에 불과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분석 중이다. 남아공은 저성장(2.5%)이 문제가 돼 브릭스그룹에서 쫓겨날 판이다. 한국도 지난해 2% 성장은 그렇게 부끄러운 숫자인가. 지금 한국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도움을 받아 실상을 파악해 보기로 했다. 2011년 GDP 성장률 실적은 1위 마카오 20.7%, 2위 카타르 18.8%, 11위 중국 9.3%, 34위 인도 6.9% 등으로 쭉 내려와 한국은 100번째 입장한다(3.6%). 작년 2.0% 성장은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와 동률인 141위다. 그럼 주가(株價)로 본 성적은 어떤가? 작년 한국 증시 상승률은 세계 28위였고 올해 1분기에는 69위로 추락했다. 올해 들어 가나가 48%, 일본 도쿄 증시는 약 30% 올랐는데 한국은 0.66%로 제자리다.



이번엔 집값 성적을 볼까? 지난해 홍콩(24.9%) 두바이(20.6%) 터키(17.6%)를 거쳐 한참 훑어 내려가면 30번째에 한국이 나타나는데 -1.4%다.



박근혜 대통령이 손에 쥐고 있는 지표들은 이 모양이다. 세계 순위가 부끄럽다. 이제 한국이 우등생이란 말은 옛 서사시에나 들어 있는 것 같다. 경제 부흥의 고동소리를 기억하는 한국 올드보이들은 2050년 1인당 소득이 세계 2위까지 오르리란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의심하지 않았다(이 전망은 나중에 수정됐다). 그런데 1인당 소득 2만2000달러가 6년째이고 성장률은 2%에 들러붙어 있는 이 상황은 악몽인가? 현실인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 불안이 상당하다. 기둥뿌리 썩는 것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력효과(hysteresis)란 말을 들어봤는가. 높은 실업과 낮은 경제 성장이 몇 해 계속되면 국민과 기업이 자신감을 상실하고 쇠락해 간다는 이론이다.



박근혜 정부는 주가조작 엄벌, 지하경제 척결, 부동산대책 등을 냈는데 이력효과를 잠재워 줄 묘책은 안 보인다.



어제 현오석 부총리를 위시해 핵심 경제부처들이 새해 업무보고를 했으나 사이먼 시넥의 `왜?`를 생각케 하는 감동의 아이디어를 찾아냈는가?



축 처져가는 한국을 깨워 일으킬 큰 한 방이 없다. 일본의 아베는 주가를 30% 올리고 골프장 회원권값도 25%나 올려놨고 오바마는 디트로이트 자동차벨트를 되살렸다. 박근혜 정부에 필요한 것도 그런 발상의 전환이다. 그래야 3만달러, 4만달러, 그리고 노르웨이나 룩셈부르크가 이미 성취한 10만달러를 향할 수가 있다. 행복시대란 말을 갖다붙이지 않아도 행복해지는 방법은 딱 하나다. 복지, 지하경제 엄단, 골목상권 보호, 재벌 총수 혼내주기, 공무원 골프금지, 월급 인상, 장사 잘되는 것 등등 수많은 변수를 기계에 넣고 돌려 `살기 좋은 세상`이란 정답을 뽑아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간다. 결국 민간 비즈니스가 활발히 돌고 창업이 잘되고 일자리가 생기고 애들이 취직하고 나이 든 가장이 명퇴에 몰리지 않는 게 답이다. 이것의 반대는 선(善)이 아니다.



국세청, 검찰, 공정위, 금감원 등 권력기관 깃발이 높이 펄럭이고 그들의 호령이 쩌렁쩌렁 울릴 때 경제를 돌려야 할 주체들은 숨어버린다. 나는 지하경제 척결의 당위성은 알겠는데 6조원을 걷겠다는 둥 왜 그리 시끄럽게 나발을 불어대며 경제가 얼어붙게 하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런 일은 오른손이 왼손도 모르게 해야 효과가 나는 법이다. 박근혜 정책은 활력(活力) 추구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경제장관들이 광장시장에 가서 첫 단합대회를 한다는데, 대기업이 골목 침범했다고 흉이나 보고 재벌 총수들은 대표이사직에서 슬금슬금 빠지고 투자계획은 없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길게 끌면 GDP 성장률은 0%를 향하여 내리꽂힐 것이다. 한때 태극기가 이머징 국가의 맨 선두에서 펄럭였으나 지금은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폴란드 등이 열거되고 보고서에서 한국 이름은 사라져 간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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