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칼럼/3.27] 박근혜가 진짜 공주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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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009회 작성일 2013-03-27 09:22본문
박근혜 대통령이 33년 전 취임식을 했더라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뒤 권력을 이어받았다면…. 2월 25일 취임식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가던 차량에서 내려 길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 잠시 나들이 나갔던 공주의 귀환으로 착각했다.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전하는 방송은 아버지의 후광을 받은 2세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렇지-. 그러다 다른 나라의 권력 세습 사례를 언급하는 대목에 이르러선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우리가 정치 후진국이란 말이지-’.
후광 효과라면 그때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했다. 하지만 그때 나섰다면 과반 득표는커녕 당선도 어려웠을걸. 그때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지 않았나. 박근혜가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권력자의 딸이라는 후광만 보고 대통령으로 선출할 정도로 우리 국민이 무모하지는 않으니까-.
지금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딸’이란 딱지는 작아졌다. ‘정치인 박근혜’로 이룬 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차떼기 정당’ ‘탄핵역풍’… 위기 때마다 바닥에 떨어진 당을 다시 세웠다. 이길 수 없다던 선거를 모두 이겨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원칙과 약속을 관철하는 이미지를 굳혔다. 평범하게 출발한 다른 정치인이라도 그 정도 업적이라면 대통령 후보로 나설 만하지 않을까.
그래서 믿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자랑해도 ‘그렇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현장기자들은 끊임없이 질문에 시달렸다. ‘누가 박근혜의 측근 참모냐’ ‘정책 브레인은 누구냐’. 한 사람도 시원하게 대답하는 기자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대단한 사람들을 모아놓았겠지’ 믿었다. 청와대 문 앞에 서 있는 정치인이니 손만 내밀어도 웬만한 인재들은 다 돕겠다고 나서지 않겠는가. ‘줄을 선 사람이 끝이 안 보인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런데 줄을 섰다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그 많은 사람 중에 고르고 골라 땅투기, 탈세, 성접대로 간 걸까.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속았는지 당혹스럽다.
그렇게 긴 검증의 터널을 거쳤건만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믿을 건 검증이다. 선거 직전 깜짝쇼는 유권자를 속이는 짓이다. 지도자가 팬시용품은 아니다. 이미지만으로 선택할 순 없다. 분명한 비전과 정책 방향, 그것을 실행할 능력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부족한 게 검증이다.
정치 지도자는 한 사람만 검증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야당은 신구주류 간 갈등이 여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보궐선거에 후보도 못 내고 안철수 후보의 입당과 신당설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사실상 당내 소수파로 출발해 정권을 잡았다. 책임정치로 가려면 아직도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하는 셈이다.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검증받지만, 임명직 공직자에게는 청문회다. 이번에 낙마한 사람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상식적 판단이다. 하나같이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함들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제기된 몇 가지 검증 기준은 다음을 위해서도 따져볼 만하다.
후광 효과라면 그때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했다. 하지만 그때 나섰다면 과반 득표는커녕 당선도 어려웠을걸. 그때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지 않았나. 박근혜가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권력자의 딸이라는 후광만 보고 대통령으로 선출할 정도로 우리 국민이 무모하지는 않으니까-.
지금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딸’이란 딱지는 작아졌다. ‘정치인 박근혜’로 이룬 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차떼기 정당’ ‘탄핵역풍’… 위기 때마다 바닥에 떨어진 당을 다시 세웠다. 이길 수 없다던 선거를 모두 이겨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원칙과 약속을 관철하는 이미지를 굳혔다. 평범하게 출발한 다른 정치인이라도 그 정도 업적이라면 대통령 후보로 나설 만하지 않을까.
그래서 믿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자랑해도 ‘그렇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현장기자들은 끊임없이 질문에 시달렸다. ‘누가 박근혜의 측근 참모냐’ ‘정책 브레인은 누구냐’. 한 사람도 시원하게 대답하는 기자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대단한 사람들을 모아놓았겠지’ 믿었다. 청와대 문 앞에 서 있는 정치인이니 손만 내밀어도 웬만한 인재들은 다 돕겠다고 나서지 않겠는가. ‘줄을 선 사람이 끝이 안 보인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런데 줄을 섰다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그 많은 사람 중에 고르고 골라 땅투기, 탈세, 성접대로 간 걸까.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속았는지 당혹스럽다.
그렇게 긴 검증의 터널을 거쳤건만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믿을 건 검증이다. 선거 직전 깜짝쇼는 유권자를 속이는 짓이다. 지도자가 팬시용품은 아니다. 이미지만으로 선택할 순 없다. 분명한 비전과 정책 방향, 그것을 실행할 능력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부족한 게 검증이다.
정치 지도자는 한 사람만 검증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야당은 신구주류 간 갈등이 여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보궐선거에 후보도 못 내고 안철수 후보의 입당과 신당설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사실상 당내 소수파로 출발해 정권을 잡았다. 책임정치로 가려면 아직도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하는 셈이다.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검증받지만, 임명직 공직자에게는 청문회다. 이번에 낙마한 사람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상식적 판단이다. 하나같이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함들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제기된 몇 가지 검증 기준은 다음을 위해서도 따져볼 만하다.
첫째, 돈이 있다는 이유로 능력이 있어도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직위를 이용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모으는 건 당연히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청빈을 강조하느라 공직자에게 굶으라고 강요할 순 없는 일이다. 그러면 유능한 인재만 쫓을 뿐이다. ‘백지신탁’ 문제도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공직을 이용해 사리(私利)를 취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될 일이다.
둘째, 나라를 위한 헌신에 보상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예비역 육군 대장이 무기중개상을 돕는 건 군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대장으로 예편해도 대부분 할 일이 없다고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군의 정치 개입을 끊으면서 퇴임 후에 대한 보장마저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비난만 할 게 아니라 군의 사기와 명예를 위해 대안을 찾아줄 필요가 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제안처럼 국가 안보를 연구하는 과제를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공직자가 퇴임 후 일할 수 있는 자리에 대해 좀 더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 대형 로펌이 악의 소굴은 아니다. 정부도 대형 로펌들에 중요한 전문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있다. 정부가 로펌에 놀아나선 안 되겠지만 단지 대형 로펌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에서 배제하는 건 지나치다. 공직자의 전관예우, 그리고 이번에 나온 ‘후관예우’ 규제는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해줘야 한다.
김 진 국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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