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칼럼/4.24] 박근혜 다방이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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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237회 작성일 2013-04-24 09:09본문
그렇게 아우성을 쳐도 꿈쩍 않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데 연일 정치인들을 식탁으로 초대했다. 마치 숙제라도 해치우는 듯하다. 덕분에 ‘불통’ ‘고집’ 이미지는 상당히 누그러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선도로 박 대통령이 “적격”이라고 합창했다. 비난을 피하진 못했지만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임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자신감도 거기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적어도 대화를 하려고 애쓴다는 사실은 인정받은 것이다.
그 기세일까. 19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통 지적에 박 대통령은 “그게 다 유언비어예요”라고 웃어넘겼다고 한다. “외부에는 참모들이 굉장히 어렵게 느낀다고 알려져 안타깝다”고 조심스럽게 건드렸지만 우스개 정도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소통하려 애를 쓰는데 무슨 소리냐는 항변 같다.
그래도 더 욕심을 낼 여지는 있다. 박 대통령은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밥만 먹고 왔다는 사람도 있다. 밖에서 비판적이던 사람이 정작 청와대 식사자리에서는 곧은 소리를 한마디도 못하더라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말할 기회를 줘도 못한 것이야 그 사람 탓이다. 박 대통령에게 책임지라고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할 분위기를 만드는 건 대통령 몫이 아닌가.
또 한 가지는 문법의 차이다. 지난 11일 대북 대화 제의 혼선이 대표적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 북한 측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기자가 “대화 제의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이다. 누가 들어도 대화 제의인데, 아니라니 기자들이 당황했다. 왜 그런지 류 장관은 설명하지 못했다. 기자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이정현 정무수석에게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게 대화 제의가 아니면 뭐예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찬을 하면서 박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신문을 본 박 대통령이 “내 뜻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로 고생하는 기업과 근로자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여성적 감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개성공단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었는데 언론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대화’로 보도하자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확인에 확인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측근들조차 대통령의 생각을 잘못 읽고 말았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일이 있은 이후 수석회의가 끝나면 밖에서 ‘회의’를 한 번 더 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말씀은 이런 뜻”이라고 수석들마다 다른 해석을 퍼즐처럼 끼워 맞춰 정답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석들이 이해하면 해결될 문제일까. 외교·안보 문제는 상대가 있다. 핵심 측근 참모들조차 암호 해독하듯 하는 메시지를 북한이나 다른 외국 정상들이 알아들을지 걱정이다.
북한 문제는 국가 안보가 걸린 정책이다. 현 정부의 임기 5년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 받아쓰기를 잘하고, 무슨 뜻인지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고, 단계별로 어떤 정책, 어떤 제안을 할지 토론에 토론을 거쳐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이다. 이런 본질은 제쳐두고 초등학생 시험 치르듯 정답 맞히기에 끙끙대는 청와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소통 불량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곳곳에서 ‘뜻풀이’에 매달리고 있다. ‘창조 경제’를 둘러싸고 해석들이 분분했던 것도 그런 경우다. 국가 경제의 큰 방향과 그림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창조 경제’가 무슨 뜻인지 장님 코끼리 그리듯 시간만 허송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우선 수석들과 수시로, 편하게 대화할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 수석이 대통령을 한번 만나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청와대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수석이라면 수시로 대통령 방에 들어가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도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온 국민이 대통령 뜻 해석에 매달리기보다 대통령이 먼저 국민의 눈과 귀에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다.
의전 절차를 따지는 수십 명의 식사 자리보다 몇 명만 참석해 격의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아무도 없는 관저에서 왜 혼자 저녁을 먹나. 관저로, 안가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라. 측근뿐 아니라 각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밖에서는 그렇게 걱정하고, 떠드는 사람이 많은데 왜 그 목소리가 관저에서는 안 들릴까. 박 대통령 식탁에는 폭탄주 대신 와인이 오른다고 한다. 술이 아니면 어떤가. 민심과 지혜를 얻는 대가로 차를 대접하는 청와대 다방이라도 충분하다.
김진국 논설주간
그 기세일까. 19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통 지적에 박 대통령은 “그게 다 유언비어예요”라고 웃어넘겼다고 한다. “외부에는 참모들이 굉장히 어렵게 느낀다고 알려져 안타깝다”고 조심스럽게 건드렸지만 우스개 정도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소통하려 애를 쓰는데 무슨 소리냐는 항변 같다.
그래도 더 욕심을 낼 여지는 있다. 박 대통령은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밥만 먹고 왔다는 사람도 있다. 밖에서 비판적이던 사람이 정작 청와대 식사자리에서는 곧은 소리를 한마디도 못하더라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말할 기회를 줘도 못한 것이야 그 사람 탓이다. 박 대통령에게 책임지라고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할 분위기를 만드는 건 대통령 몫이 아닌가.
또 한 가지는 문법의 차이다. 지난 11일 대북 대화 제의 혼선이 대표적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 북한 측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기자가 “대화 제의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이다. 누가 들어도 대화 제의인데, 아니라니 기자들이 당황했다. 왜 그런지 류 장관은 설명하지 못했다. 기자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이정현 정무수석에게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게 대화 제의가 아니면 뭐예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찬을 하면서 박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신문을 본 박 대통령이 “내 뜻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로 고생하는 기업과 근로자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여성적 감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개성공단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었는데 언론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대화’로 보도하자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확인에 확인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측근들조차 대통령의 생각을 잘못 읽고 말았다.
북한 문제는 국가 안보가 걸린 정책이다. 현 정부의 임기 5년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 받아쓰기를 잘하고, 무슨 뜻인지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고, 단계별로 어떤 정책, 어떤 제안을 할지 토론에 토론을 거쳐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이다. 이런 본질은 제쳐두고 초등학생 시험 치르듯 정답 맞히기에 끙끙대는 청와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소통 불량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곳곳에서 ‘뜻풀이’에 매달리고 있다. ‘창조 경제’를 둘러싸고 해석들이 분분했던 것도 그런 경우다. 국가 경제의 큰 방향과 그림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창조 경제’가 무슨 뜻인지 장님 코끼리 그리듯 시간만 허송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우선 수석들과 수시로, 편하게 대화할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 수석이 대통령을 한번 만나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청와대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수석이라면 수시로 대통령 방에 들어가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도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온 국민이 대통령 뜻 해석에 매달리기보다 대통령이 먼저 국민의 눈과 귀에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다.
의전 절차를 따지는 수십 명의 식사 자리보다 몇 명만 참석해 격의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아무도 없는 관저에서 왜 혼자 저녁을 먹나. 관저로, 안가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라. 측근뿐 아니라 각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밖에서는 그렇게 걱정하고, 떠드는 사람이 많은데 왜 그 목소리가 관저에서는 안 들릴까. 박 대통령 식탁에는 폭탄주 대신 와인이 오른다고 한다. 술이 아니면 어떤가. 민심과 지혜를 얻는 대가로 차를 대접하는 청와대 다방이라도 충분하다.
김진국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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