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강기정 기자 외 3명의 ‘지역을 살리는 캐릭터의 힘' (5 '쿠마몬'의 도시 구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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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몬'의 도시 구마모토
구마모토현 츠루야백화점 1층에 마련된 '쿠마몬 스퀘어'에선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쿠마몬이 등장해 공연을 펼친다. 지난 20일에도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 온 자국민을 비롯해 한국과 태국, 홍콩, 호주 등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공연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았다. 2023.10.20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지난 20일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츠류야 백화점 1층. 평일 오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한가득 모여있었다. 사회자의 요청에 다 같이 쿠마몬을 외치자 검은색 곰이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포즈를 취하면서 무대 위에 섰다. 구마모토현의 지역 캐릭터 쿠마몬이다.
이곳 츠루야백화점 1층엔 화요일을 제외하고 최소 하루 한 번씩 쿠마몬의 공연이 펼쳐지는 '쿠마몬 스퀘어'가 조성돼있다.
공항·터미널 등 일상 곳곳서 만남
축제 기간 활약… 관광객들 즐겨
굿즈 1천종 "하나씩은 집에 있어"
금요일인 이날도 오후 2시에 30분간 쿠마몬 공연이 진행됐다. 테마송과 함께 신나는 율동을 보이는가 하면,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맞히게끔 하는 이벤트도 이어갔다. 구마모토현을 찾은 해외 관광객들과 더불어, 구마모토 지역 주민들도 상당수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캐릭터 쿠마몬이 지난 20일 오후 '쿠마몬 스퀘어'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쿠마몬은 구마모토 사람들에게 지역 캐릭터 그 이상의 존재다. 2023.10.20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쿠마몬은 비단 쿠마몬 스퀘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마모토현의 관문인 공항이나 시외버스 터미널, 기차역은 물론 주민들의 일상 곳곳에 쿠마몬이 자리하고 있었다. 구마모토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곧바로 푸른색 배경에 항공기 기장 옷을 입은 쿠마몬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기차역엔 역장 옷을 입은 쿠마몬이 탑승객들을 맞이한다.
시외버스 터미널엔 아예 쿠마몬 굿즈숍인 '쿠마몬 빌리지'가 대규모로 조성돼있다. 구마모토성과 같은 대표 관광지에도 당연히 쿠마몬 포토존이 설치돼 있고 시내버스 외벽, 의자, 주차 알림판 등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사물에도 쿠마몬이 디자인돼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간식과 볼펜, 열쇠고리 등 여러 일상용품에도 쿠마몬이 새겨져 있다. 도시 전체가 '쿠마몬 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구마모토에선 편의점 진열대에서조차 쿠마몬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23.10.19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구마모토 호텔 곳곳에선 쿠마몬 이벤트룸을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2023.10.19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쿠마몬 '실물'도 지역 곳곳에서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10월 한 달 간 구마모토현 일대에선 지역 축제가 다채롭게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쿠마몬의 공연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지난 21일만 해도 낮 11시엔 시외버스 터미널 앞 광장에서, 1시간 뒤인 12시엔 기차역 앞에서 지역 축제와 더불어 쿠마몬이 열정적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21일 구마모토역 광장에서 열린 지역축제 현장에서 쿠마몬 가방을 멘 한 청소년이 쿠마몬 공연을 보고 있다. 2023.10.21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저마다 지역 캐릭터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지만, 구마모토 사람들에게 쿠마몬은 단순한 지역 캐릭터 이상의 존재였다. 일상에 늘 함께 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듯했다.
쿠마몬 스퀘어에서 만난 구마모토현 주민 하츠가와 치카(30대)씨는 "집집마다 쿠마몬 굿즈가 하나씩은 있을 정도다. 구마모토 사람들에게 쿠마몬은 그런 존재다. 그런데 오늘 공연에 외국에서 온 분들도 많아서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면서 "쿠마몬을 보고 있으면 움직임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치유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라고 말했다.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에 조성된 '쿠마몬 파크'에는 이곳을 상징하는 높이 6m 규모의 대형 쿠마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일본 자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2023.10.19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쿠마몬이 구마모토 지역을 넘어 일본 전역, 나아가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가 된 데 대해서도 자부심을 가지는 듯 보였다.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에 조성된 쿠마몬 파크에서 만난 구마모토현 주민들은 "쿠마몬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캐릭터"라고 치켜세웠다. 하츠가와씨도 쿠마몬에 대해 “해외에도 진출한 대단한 캐릭터”라고 했다.
쿠마몬 굿즈숍 '쿠마몬 빌리지' 담당자 이케지리 츠요시(45) 씨는 "쿠마몬이라는 캐릭터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구마모토에서 쿠마몬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됐다. 정말 다양한 상품에 쿠마몬이 그려져 있는데 이곳에만 해도 1천 종류의 쿠마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장난스러운 모습이지만 어떨 때는 프로페셔널해서, 캐릭터이지만 존경스럽기도 하다. 일본에는 많은 유루캬라(지역 캐릭터)가 있고 다른 캐릭터들도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쿠마몬처럼 성행하진 않는다. 쿠마몬은 아무래도 특별하다"고 밝혔다.
구마모토/황성규·강기정·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에 조성된 '쿠마몬 파크'에는 각양각색의 표정을 하고 있는 쿠마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포토존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2023.10.19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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