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공작수사 ‘금발사’ 사건 > 임원진 칼럼

1981년 강원도경찰국은 내무부 치안본부 승인까지 받아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며 공작 수사를 진행했다. 별칭 ‘금발사’ 로 불리는 사건이다. 40여 년 세월이 흘렀지만 ‘금발사’ 공작수사에 투입된 일선 경찰과 도경 수뇌부들에게는 절대 잊힐 수 없는 이름이다. 법정에 세운 공안검사와 판사도 물론일 것이다. 이 공작수사로 인해 납북귀환어부 김모씨를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자로 만들었고, 무려 16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는 형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12월 17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가 ‘금발사’ 공작수사로 김씨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범했다고 인정했다. 강원도경은 1969년과 1981년 2회에 걸쳐 최소 20일간 불법으로 가두고 위법 수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피의자 신문조서나 참고인 진술조서의 작성일자를 검거 보고 이후의 날짜로 바꿔치기 하는 등의 공문서위조 및 변조를 자행해 무고한 민간인을 범죄자로 처벌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1년은 전두환 신군부가 불법적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갖가지 통제가 횡행했던 때였다.

출소 이후 민간인 신분의 김씨는 물론 가족에 대한 장기간 사찰과 감시도 계속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주변의 가까운 지인을 ‘정보망’으로 동원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것. 강원민주재단 의뢰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현지 조사를 실시한 김아람 한림대 교수는 이 사건의 특징은 어부 당사자만이 아니라 가족이 동일한 피해를 봤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아기도 해당됐다는 것이다.

1968년 한 강원여성은 남편이 납북됐을 무렵 태어난지 20일 쯤 된 딸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네가 재수가 없다. 네가 재수가 있으면 아버지가 그렇게 됐겠냐?”라는 말이 돌았고, 그 뒤 아버지가 돌아오고 나서는 “네가 재수가 있다”는 반전이 있었다는 것. 곧 딸은 아버지의 행방에 따라 재수가 있거나 없는 존재로 취급됐다.

강원은 접경지여서 불법 부당하게 국가안보를 해친 범죄자로 몰려 인권을 유린당한 고통의 역사가 있다. 철저하게 기록되고 수시로 기억해야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라면 응당 해야하고 관심 둘 일이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게 오늘의 강원이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