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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강병균 부산일보 논설실장]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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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024-12-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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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강대국 미국·소련 강경파
서로 싸우며 자국 입지 강화에 도움

국힘·민주당 협치 잊고 정쟁에 혈안
번갈아 집권하며 정치 양극화 심화

정치 실종 피해 국민·기업에 돌아가
국가 위기 극복에 초당적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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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1991년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극하게 대립했다. 두 초강대국 미국과 옛 소련이 중심이 된 냉전시대다. 이 시기, 미소 양국의 강경 세력은 걸핏하면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모습으로 두 나라는 물론 지구촌에 긴장을 조성했다. 양국의 강경파가 상대국을 쓸어버리겠다며, 적국의 공격에 대비한다며 경쟁적으로 국방비를 늘리고 대량살상 무기를 대거 확충했던 게다.

양국 강경파는 서로 비방하고 위협하는 과정에서 자국 내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다져 주류 세력이 될 수 있었다. 양측은 수시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까지 빚었지만, 피해를 입기는커녕 자국민의 지지를 얻는 등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진심으로 상대를 이기려고 힘껏 싸웠는데, 되레 서로가 이익을 보며 잘 되도록 도움을 주고받은 셈이다. 이에 맛 들인 미소 정부는 때때로 필요에 의해 강력한 적대정책을 펼쳐 정권을 유지하거나 세력을 키우기도 했다. 이러한 냉전시대 미소 관계를 ‘적대적 공생’이라고 한다.

적대적 공생관계는 거대 양당제가 공고해져 다당제가 무색한 우리나라 정당제도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22대 국회 300석 중 각각 170석, 108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두 당이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면서도 번갈아가며 집권해 소수정당은 설 자리가 없는 정치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어서다. 양당은 정권 사수 혹은 정권 탈환을 위한 당리당략을 앞세워 사사건건 충돌하고 대치하는 정쟁에 몰두한 지 오래다. 막말과 욕설을 동원해 사생결단식으로 싸운다. 국회를 자주 마비시키며 국익과 경제·민생을 살피는 데 등한하다고 질타받는 이유다.

거대 양당은 그런데도 양극단의 진영논리에 매몰된 강성 지지층을 우군으로 삼아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정쟁을 멈추지 않는다.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서로를 더 험하게 헐뜯고 노골적으로 적대시한다. 이럴수록 한쪽 당의 적대적인 의도와 달리 상대방 입지는 강화된다. 여당과 야당 간 갈등과 적개심이 커지면 양당 내 강경파도 큰 목소리를 내며 득세하기 마련이다. 국민의힘 친윤계와 민주당 친명계가 그런 경우다. 양당은 대화와 타협을 모른 채 상대편을 깎아내려 붕괴시키려고 혈안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에게 도움 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12·3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에서도 양당은 결과적으로 상호 존재감을 키워주는 다툼을 격렬하게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조속한 사법 처리를 통해 대선 전에 민주당이 추락하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하루빨리 탄핵해 여당을 와해하고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에서 구할 작정이다. 이 때문에 양당은 윤 대통령 탄핵과 이 대표 재판을 늦추려는 기싸움이 치열하다. 여야가 대권을 잡으려는 욕심에 빠져 국가 및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협치는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양당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상황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말을 바꾸기 일쑤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데 반대한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황교안 권한대행의 임명에 찬성한 것과는 정반대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8년 전에는 반대, 이번엔 찬성이다. 여야 관계가 서로 바뀌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된다. 중도층 눈에 양당은 한통속으로 보일 게 분명하다.

실제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기득권 유지에는 뜻을 함께하는 우호적 공생관계를 보여준다. 양당 모두 국회의원의 온갖 특권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줄이는 걸 외면하는 대신 세비 증액엔 호의적이다. 총선에서 사표가 많아 표심을 충실히 반영하기 어려운 데다 인재와 자금이 풍부한 여당과 제1야당에 유리해 거대 양당제를 고착화하는 현행 소선거구의 개선에 소극적이다. 정쟁으로 날을 새며 국민적 불신과 혐오감을 키우는 정치의 개혁을 바라는 민심조차 무시한다. 하늘을 찌르는 뻔뻔함이 볼썽사납다.

거대 양당만 좋아지는 적대적 공생이 초래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의 몫이다. 여야가 적대와 반목을 청산하고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최우선해 머리를 맞댈 순 없는가. 새가 좌우 날개로 균형을 맞춰야 훨훨 날 수 있는 건 상식이다. 계엄 사태로 정국 불안과 국정 혼란이 심각한 만큼 양당에 ‘적과의 동침’이 요구된다. 양당이 국가 불안 해소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탄핵 정국의 주도권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최근 대통령 탄핵 집회를 밝힌 수많은 형형색색 응원봉이 언젠가 정치권에 정신 차리길 촉구하는 시위로 모여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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