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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감사 칼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이재명 9부 능선 밀어 올린 '親尹'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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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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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불출마로 與 경선은
'반탄' 압도, 민심과 괴리
당 과반이 제3 후보 밀며
마이너 리그처럼 열기 식어
파면 정권의 자기 복제 시도
대다수 국민에 반감만 불러


국민의힘의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 윗줄 왼쪽부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아랫줄 왼쪽부터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의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 윗줄 왼쪽부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아랫줄 왼쪽부터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국민의힘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경선 불출마 선택이 현명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오 시장이 “지난 일주일간 당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깊은 아쉬움과 염려를 지울 수 없었다”고 했던 대목만은 공감이 간다.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온 직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인사들과 접촉하며 대선 관련 지침을 전달했다. 당내 친윤 그룹들은 손사래 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을 압박해 왔다. 당내 의원 중 절반 이상이 연판장에 서명했다고 한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도입된 1987년 개헌 이후 같은 당 대선 후보가 연달아 당선된 것은 세 차례였다. 겉모습은 정권 재창출이지만 속 내용은 달랐다. 노태우 대통령은 같은 민정계 출신에게 권력을 넘겨보려다 민주계 수장 김영삼 대통령의 반발에 굴복했다. 김대중 대통령 가신 그룹 동교동계가 ‘이인제 대세론’에 소속 의원들을 줄 세우려던 시도는 혈혈단신 노무현 대통령 돌풍에 무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 내 야당’으로 껄끄러웠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안을 찾아보려다 포기했다. 한결같이 대통령과 거리를 뒀던 비주류 후보가 여권 내 권력 교체를 이룬 뒤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다.

5년 임기를 정상적으로 채운 대통령도 자신이 낙점한 후계자에게 정권을 넘기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제왕적 권력을 행사해 온 대통령의 자기 복제를 국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탄핵 심판을 통해 쫓겨나게 된 대통령 주도로 정권을 재창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는 557만표 차이로 야당 후보에게 졌다. 보수 진영 대선 후보의 역대 최다 표차 패배였다.

8년 만에 또 한 차례 파면 선고를 당한 보수 정권 역시 대선 전망이 지극히 비관적이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실낱같은 기대를 걸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상대 진영 후보의 뚜렷한 확장성 한계다. 이재명 전 대표가 수많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야당 지지층의 확고한 지원을 받아 온 것은 독단적인 국정 운영으로 국민의 반감을 산 윤 전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 덕분이다. 그런데 헌재 파면 선고로 그 정치적 자산도 증발해 버렸다. ‘윤석열 부재’ 상황 속에서 전개될 두 달간의 대선 레이스가 어떤 목적지를 향할지 민주당 내에서도 불안감을 표시했다. 이런 마당에 윤 전 대통령과 친윤 진영이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하며 자신들이 후보를 낙점해 보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차마 청하지는 못했지만 바라 마지않았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오 시장은 명태균 의혹과 토지거래허가제 번복으로 정치적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가장 최근까지도 이 전 대표와의 가상 대결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오 시장 불출마로 국민의힘은 장기판에서 차 또는 포 하나를 아무 대가 없이 희생시킨 셈이 됐다. 또 탄핵 찬반에 중도적인 입장을 취해온 오 시장이 빠지면서 국민의힘 4강 후보는 탄핵에 찬성했던 한동훈 전 대표 1명과 탄핵 반대 3명으로 짜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이 일반 국민 60%의 여론 반대편에 서는 정치 집단으로 비치게 된 것이다. 절반이 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3의 후보 지원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경선을 경쟁력 없는 마이너리그처럼 비치게 만들었다. 친윤의 지원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경쟁력마저 갉아먹었다. 파면당한 정권의 핵심 세력이 미는 후보라는 프레임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의 개입 덕분에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지난 한 주 사이 부쩍 업그레이드됐다. 7부 능선 부근에서 훌쩍 9부 능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취지로 해석하자면 국민이 맡긴 5년을 책임지지 못한 부채 의식을 만회해 보려는 노력일 수 있다. 국민의힘 주자들만으론 힘이 부치니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보려는 심리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런 기획에 방금 물러난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역효과만 낼 뿐이다. 해볼 만한 선거를 폭망으로 몰아간 친윤 진영의 솜씨는 지난 총선에서 만천하가 목격했다. 가뜩이나 김 빠진 대선판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말아 줬으면 하는 게 보수 진영 유권자들의 바람이다. 친윤의 자해성 대선 개입이 계속된다면 무너져 내린 집안의 기둥을 붙잡고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라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김창균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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