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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이사 겸 미디어실장] 목수 반종학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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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025-04-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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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반종학(1967~2025년).

 

강원도 홍천 사람이다. 빈농의 3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품성은 밝고 자상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뭐라도 주는 정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젊어서는 트럭 운전을 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그리고 20년 넘게 남의 보금자리를 지어주는 목수로 일했다. 휴일이면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따뜻한 아빠였다. 가끔씩 낚시 가방을 메고 강이나 호수를 찾아 그만의 시간을 즐기던 외로운 한 인간이기도 했다.

유일무이한 재산이었던 몸은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해가며 하나 둘 고장이 났다. 어깨가 안 좋아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몸에 칼을 대면 일을 못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에 수술 생각을 접었다. 아직 챙겨야 할 가족이 있었다. 그리고 20년 넘게 손에 익은 목수라는 소명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젊었다. 그러는 사이 어깨와 몸은 점점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11일 귀갓길에 계단을 오르다 넘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고장난 어깨로 인해 쓰러지는 순간 난간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119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실려 갔다. 하지만 나흘뒤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지난 7일 심장, 폐, 간장, 신장, 좌·우 눈을 6명과 나눠 새 생명을 전하고 숨졌다. 고인은 장기, 피부, 뼈, 연골, 혈관 등 인체 조직도 기증하며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새 희망을 선사했다.

유가족들은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뭐라도 나누길 좋아했던 아빠의 마지막 순간을 아빠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웃들에게 전하는 것으로 기리고 기억하고 싶었다고 한다. 강원도의 넉넉한 산과 홍천의 부드러운 강줄기를 닮았던 고인은 그렇게 자연으로, 흙으로 돌아갔다.

분홍빛 진달래, 흰 목련, 노오란 개나리가 찬란한 봄이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무소유(無所有)를 몸소 실천한 목수 반종학 선생을 추모한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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