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이태규 한국일보 콘텐츠본부장] 헌재, ‘손준성 사례’ 고민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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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01 10:43본문
‘5대 3 데드록’….결정 못하는 난맥상 헌재
혼란 막기 위해 심리중단 선언 검토할 때
尹복귀 결정 나면 불복사태로 충돌 불가피

재판관 8인의 헌재에서는 3인 반대로 대통령 복귀가 가능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누구라도 탄핵과 함께 복귀의 희망회로를 돌릴 수 있는 구조다. 심리 초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은 재판관 8대 0 전원일치를 위해 조율 중이란 예상이 유력했다. 지금은 3인의 반대로 평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5대 3 데드록’으로 바뀌었다. 우리 사회 최후 보루였던 헌재가 정치화된 비극일 것이다. 하지만 3명 반대에 따른 5대 3 복귀라면 민심이 승복하기는 어렵다.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고 헌재가 결정한 마당에 불복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마 재판관 부재가 문제 되지 않는 4대 4 복귀 결정도 마찬가지로 불씨는 여전하다.
파면처럼 복귀가 헌재 결정이라면 승복하는 게 원론적으로 맞긴 하다. 하지만 여론 흐름은 60%가량의 다수가 줄곧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민주주의 규범과 제도를 신뢰하고 따르는 이유는 시민 의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립하고 충돌할 때 납득하지 못하는 다수는 복귀한 대통령마저 용인하지 않게 된다. 더군다나 대통령 뜻과 다르게 행동하고 증언한 장관들, 군인들은 어찌해야 하나. 명령을 수행한 부하들은 감옥에 수감돼 있다.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 카드를 포함, 정국 수습책을 내놓는다 해서 국면이 바뀌길 기대할 수는 없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얼마 가지 못했다.
제도에 근거한 리더십이 사회를 이끌 수 없다면 감정적이고 비합리적 해법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헌재의 고민과 우려도 이런 지점에 가 있을 것이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비롯해 지금까지 헌재 결정이 다수 여론과 충돌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두 재판관이 퇴임하는 이달 18일까지 마냥 합의를 미뤄 ‘6인 체제’ 헌재가 된다면 파면 결정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다. 불복 여지, 절차 흠결도 없어야 하지만 헌재 불능사태 또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나라 운명을 정하는 문제가 이처럼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면 정치권, 헌재 등 사건 관련자들이 반보씩 양보해 대한민국의 연착륙 방안을 찾는게 타당하다.
무엇보다 헌재가 실제로 ‘5대 3 데드록'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 ‘손준성 사례’를 검토할 만하다. 헌재법 제51조는 동일한 사안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을 때 탄핵심판 절차를 중단할 수 있는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손준성 검사장의 탄핵심리를 항소심 재판 중 중단시킨 전례도 있다. 헌재의 선언으로 탄핵심리가 중단되면 여야는 대통령 복귀란 부담 없이 총리 대행체제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에 나설 시간을 갖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뜻하는 조기대선이 아니라면, 민주당 역시 사법리스크 없이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가 보장되는 시한이라면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타협이 없다면 우리가 지불할 비용은 가혹할 뿐이다. 헌재부터 이념으로 굳어진 화석이 아닌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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