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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강윤경 부산일보 논설주간] 지역 의사 서울 여자 만나 떠날까 걱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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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025-03-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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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붕괴 절박한 현실 소환해
의료개혁의 근본 취지 온데간데없어

정부 백기 투항에도 의대생 버티기
서울의대 교수들도 ‘오만하다’ 직격
파국 맞기 전 환자 곁으로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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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연예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SOLO)’의 한 남성 출연자 이야기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25기의 ‘광수’는 자신을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일반 의사로 소개했다. 지역 유일의 개원의라고 밝힌 그는 하루 평균 100명, 지난해 2만 6000명의 환자를 봤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나는 SOLO’ 출연에 “동네 분들이 서울 여자 만나 인제를 떠날까 걱정하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곳을 떠날 수 있냐”는 여성 출연자 질문에 “저밖에 없어 자리를 비울 수 없고 주말에만 연애가 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광수’의 사연이 화제가 된 것은 의사 한 명에 운명이 달린 지역의료의 열악한 현실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위태위태한 곳이 어디 인제뿐이겠는가. 지금은 의대 신입생 숫자놀음에 정부와 의료계 감정싸움만 남은 걸로 보이지만 애초 의료개혁의 출발점도 지역이었다.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이 내과 전문의를 구하기 위해 3억 6000만 원 연봉에 다섯 차례나 채용 공고했지만 무산됐다는 사연이 알려진 게 2023년이다. 그즈음 산청군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고액 연봉으로 애원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사회적 이슈였고 이는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명분이 됐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발표하면서 지역의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서울 이송에서 봤듯이 제2 도시 부산의 응급의료 수준마저 무시당하는 게 지금의 우리 의료 현실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의 대부분을 비수도권 대학에 배분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시작된 의료개혁은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고통만 가중한 채 사실상 정부의 백기 투항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열악한 지역의료 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붕괴 속도만 더 빨라지는 형국이다. 읍면보건소 등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만 해도 2022년 1309명이던 게 2024년 716명으로 줄었다.

의정 갈등의 와중에도 의료의 수도권 쏠림은 더 심화하고 필수의료 공백에 따른 타격도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인턴·전공의 1672명 가운데 1097명(65.6%)이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 중으로 비수도권의 2배에 육박했다. 정부는 전공의의 비수도권 비율을 상향해 수도권과 5대 5로 맞추겠다고 공언했지만 격차는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정부가 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약속하며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를 호소하고 있지만 꿈쩍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따라 넓어진 문으로 진입한 2025년도 의대 신입생까지 수업 거부에 동참하는 현실은 의료개혁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꺾게 한다. 이들은 의대 증원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는 점을 알고도 지원했다. 정부 정책의 수혜 속에 입학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명분으로 정부 정책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한다는 말일까. 이런 현실에서 ‘광수’와 같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지역을 지키는 의료인을 앞으로 볼 수 있을까.

2년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은 이제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의료인 양성시스템이 붕괴되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의료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17일 서울대 의대 일부 교수가 제자의 복귀를 호소하며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의 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과 관련해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로서 대접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직격했다.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제자들에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정부를 반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의료를 개선하는 것인지 물었다.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 교수의 지적대로 의정 갈등의 진짜 피해자는 의사가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다. 그 가족들이다. 의료개혁이 단순히 의사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젊은 의료인들의 문제 제기도 이제 많은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국을 맞기 전에 대학으로, 환자들 곁으로 복귀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의료개혁 파행이 이공계 교육과 국가의 미래마저 망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어서야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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