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이기수 경향신문 편집인 겸 논설주간] 하느님 보우하사, 저 법비들을 벌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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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025-03-19 10:15본문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심우정 검찰총장(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숨넘어간다는 이 많다. 떨려서 뉴스 못 보고, 열불 나서 잠 못 든다는 전화도 잦다. 대통령이 12·3 친위쿠데타 도발한 지 105일째, 그 윤석열을 탄핵소추한 지 94일째, 세상의 눈과 귀는 헌법재판소에 꽂혀 있다. 선고는 오늘도 임박한 징후뿐이다. 짓밟힌 헌법·민심·국격을 보면 당연지사 ‘8 대 0 파면’인데, 침이 마른다.
“법비(法匪)는 불리하다 싶으면 순간 법추(法鰍)가 된다.” 2016년 12월 당시 조국(서울대 교수)이 종적 감춘 우병우(민정수석)를 쏘아붙인 말이다. 법비는 법을 악용하는 도적, 법추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법기술자를 뜻한다. 중국말 법비는 1990년대 이 땅에 등장했다. 해방정국 경찰, 박정희·전두환 시대 중정(안기부)·방첩사(보안사) 지나 사정권력을 검찰이 쥐었을 때다. 민주화 산물이자 수혜자, 그 검찰에서 내란 수괴가 나왔다.
석 달 반, 모두 지켜봤다. 군경을 앞세운 국회·선관위 침탈은 헌법상 내란이다. 법제처 <헌법주석서>만 봤어도, 공직자 탄핵과 예산 삭감은 ‘비상사태’로 삼을 수 없다. 윤석열은 그걸 ‘통치행위’라 했다. 법비다. 그러곤 급했는지 법추로 살았다. “의원들 끌어내라” “싹 다 잡아들여” 한 적 없단다. 암 투병 중 다 실토한 경찰청장에게 “섬망 증세”를 캐묻는 대리인의 무례를 말리지 않았다. 그 후 헌재 법정에선 숱한 증언자 바보 취급하며 내란을 재구성한 궤변을 쏟아냈다. 그의 말대로, 아무 일도 없었는가. 특전사는 국회 지하 1층 불까지 껐고, 소방청에 하달된 언론사 단전·단수는 윤석열 지시를 전한 이상민(행안부 장관)이 입 닫고 있을 뿐이다. 노상원 수첩 속 ‘500여명 수거’ 계획, 150벌 준비한 인민군복, 명태균 황금폰 촉발설, 김건희 간여 의혹까지 밝힐 것 천지다. 내란은 2시간짜리도 경고용도 설렁설렁도 아니었다. 실패한 것일 뿐, 그 얼개와 속살은 위험천만했다.
그 관성으로, 오늘도 최상목은 내란 수괴 방패로 산다. 윤석열의 체포영장 저항을 먼 산 보듯 하더니, 내란·김건희·명태균 특검법은 족족 거부했다. 위헌 결정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은 19일째 묵묵부답이다. 여당과 합의하라며 어깃장 놓고, 그는 ‘거부권 권한대행’이 됐다. 그도 모를 리 없다. ‘법대 선배’ 윤석열을 위해, 헌법·형사소송법·헌재법을 오독하고 뒤튼 최상목은 법비였다.
심우정 검찰은 그 이상이다. 구속기간을 ‘날’ 아닌 ‘시’로 처음 계산해, 판사가 구속 취소한 윤석열을 하루 만에 풀어줬다. 그러면서, 일선엔 형사소송법과 관행에 따라 ‘날’을 기준으로 하라고 했다. 대법도 권한 즉시항고는 포기하고, 사법 혼란은 방치한 채, 윤석열만 특혜 준 독단이었다. 농반진반으로, 범털·잡범들이 말하는 ‘3계’가 있다. ‘1도 2부 3백’, 도망가고 부인하고 뒷배 찾으란 말이다. 윤석열도 그랬다. 차벽·인간벽 세워 체포를 피했고, 다 아니라 했다. 그 뒷배는 최상목·심우정, 아스팔트·기독교 극우가 세 축이겠지 싶다.
자타 공히, 검찰은 ‘칼’이다. 그 칼로 정권 초 죽은 권력 쳤고, 산 권력은 임기 말에 베고, 그들을 겨누는 권력은 언제고 물어뜯었다. 이 ‘생존 3계’도 윤석열 내란에서 깨졌다. 칼은 ‘내란 주범’ 윤석열까지 편들고, 김건희 앞에서 멈추고, 조직에 몰려올 치명타까지 감수했다. 다들 본 대로, 윤석열과 심우정 검찰은 운명공동체다. 고쳐쓰기 힘든 이 독단은 ‘검찰은 영원하다’는 오만에서 나온다. 이제 국민의 칼(기소청)로 바꿔야 한다.
물(水) 흐르듯 가라는(去) 게 법(法)이다. 하나, 내란의 단죄가 더디다. 실체 규명은 굴곡진다. 법비들 탓이다. 그런다고 생중계된 내란의 본질이 달라질 건 없다. 백척간두에, 100일 넘게 나라가 서 있다. 쉬는 청년 120만이고, 자영업자 넷 중 셋(900만)이 월 100만원을 못 번다. 미국의 ‘민감국가’ 된 걸 두 달 지나 알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지위도 흔들렸다. 시민에겐, 꽃샘추위 끝이 아닌 일상 복귀가 봄이다. 그때 민생의 피, 외교의 숨도 다시 돌 수 있다.
내란은 진보·보수 문제가 아니다. 그 밤엔 시민이 막고 국회가 해제했다. 이제 헌재가 끝내야 한다. 내란 수괴 탄핵심판은 대대로 교훈 삼을 역사의 법정이다. 헌법의 존엄을 세우고, K민주주의 법통을 잇고, 진실이 법기술을 이기고, 국운을 일으키는 최고 헌법기관의 권위와 권능을 보여주길 기도한다. 참 오랜만이다. 애국가 읊조리다 눈이 젖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1987년 개헌으로 태어난 헌재의 헌법 수호자들이여. 하느님이 보우하사, 저 법비들을 내리치고 벌하소서. 정의의 이름으로, 무혈 시민혁명의 마지막 획을 그어주소서.
![[이기수 칼럼] 하느님 보우하사, 저 법비들을 벌하소서](https://img.khan.co.kr/news/2025/03/18/news-p.v1.20250318.560d3fb7201d4188bdccfcd762b42b0c_P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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