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이사 겸 미디어실장] 영화 ‘플로우’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22회 작성일 2025-03-13 09:51본문
우리는 종종 사람보다 동물에게 위로를 받곤 한다. 또 여러 군상들이 등장하는 사람 영화보다 동물이 주인공인 만화 영화에 더 감동하기도 한다.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라트비아 영화 ‘플로우’ 이야기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는 인구가 187만명에 불과하지만 북유럽의 보석 같은 나라다. 이 소국에서 탄생한 ‘플로우’가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탄생하는 애니메이션은 창작부터 개봉까지 철저한 분업 체계로 유명하다. 제작비도 보통 1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플로우’는 미국 만화영화 제작비의 2%도 안되는 55억원이 들었다. 또 감독이 연출부터 각본, 그림, 편집, 음악까지 영화 전반을 총괄했다고 한다. 동물이 주인공인 ‘플로우’에는 대사조차 없다. 하지만 조명이 꺼진후 몇 분만 흘러도 감동하는데 언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주연은 숲속에 홀로 사는 검은 고양이. 어느 날 홍수로 강이 범람하면서 주인공은 물살에 떠밀려온 배에 올라탄다. 비슷한 처지의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도 하나 둘 배에 오른다. 생김새는 물론 습성도 다른 동물들은 한동안 동거에 불편함을 겪는다. 하지만 억수같은 비와 거친 파도에 맞서 서로 의지하면서 우정과 사랑이 싹튼다. 그리고 힘들게 사냥한 먹이를 서로 양보하고 나중에는 목숨을 걸고 위험에 빠진 친구를 구해주기도 한다.
‘플로우’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각기 다른 동물들이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팀을 이뤄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점이다. 진부하지만 우리에게 절실한 로망이다. 난파선 위에서도 싸움질로 시간을 탕진하며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인간들과 180도 다른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상처받은 그대에게 선물처럼 배달된 영화 ‘플로우’를 권한다.
참. 하이에나처럼 썩은 고기를 놓고 악다구니하는 정치판에도 ‘플로우’는 영감을 줄 수 있을까?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