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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 의료대란과 재판대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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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6회 작성일 2024-02-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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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의대 증원 반대 속
비슷한 문제 겪는 법조계는
대법원장이 판사 증원 호소
국민 생명과 권리 우선해야
밥그릇 논란 불식시킨다
사진설명사진 확대

의사 인력 부족 문제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그 사회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의사들은 고령화 시대에 맞춰 의사를 늘려서라도 진료의 질을 높이려고 한창이다. 설령 정부가 주도하더라도 의사들은 의료인력 확충 요구를 적극 수용한다.

한국은 한참 다르다. 의대생 정원 확대 여론이 커진 지 오래됐지만 의사들 반대가 너무 강해 국민 불만만 키웠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정부 주도로 시도된 의대 정원 확대도 의사들 반대에 무산됐다. 국민 불만은 더 커졌고 급기야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란 처방을 꺼냈다. 하지만 진료대란을 막으려다 의료대란으로 커지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희소 면허를 가진 법조계에서는 비슷한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법부는 재판 지연을 넘어 재판대란을 막기 위해 자체 대안 마련에 한창이다. 지난주 조희대 대법원장이 현재 3214명인 판사 정원을 확대하자고 주장한 게 그 일환이다. 지금 국회에 상정된 370명 증원을 골자로 한 법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한 것이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가중되는 업무 부담을 재판 장기화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국민 불편을 최대한 해소해 보겠다는 취지다. 사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 제3항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다. 최근 수년 동안 이런 권리는 무시됐다. 대법원의 싱크탱크 격인 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소송 사건 건수는 줄었으나 사건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재판은 지연되고 장기 미제 사건도 늘었다. 대법원은 그 해법의 핵심을 증원으로 본 것이다. 


대법원장의 호소가 의료계와 다른 점은 외부의 압박으로 판사를 늘리는 게 아니라 법관들 내부에서 스스로 증원을 요청하고 대외적인 여론 조성에 나섰다는 점이다. 의료계가 보여준 대응 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그간 필수 의료나 지역 의료의 문제점이 불거졌을 때 의사단체들이 지금처럼 조직화된 대응을 한 적이 있는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 이후에나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사기에 딱 알맞은 모습이다.

대법원의 판사 증원 목적은 재판 장기화 방지지만 그 혜택은 급여 삭감 없는 근무여건 개선으로 나타난다. 요즘 법원에선 일명 '3·3·3·0' 관행이 있는데, 첫째주부터 3주간 매주 선고건수를 3건으로 제한하고 넷째주는 선고 없이 보내자고 판사끼리 합의한 내용이다. 격무로 과로사까지 빈발하자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규'나 마찬가지다. 기존 근무관행 '4·4·4·4' 또는 '5·4·4·0' 체제 때보다 일은 물론 경쟁을 확 줄인 것이다. 재판 지연의 핵심 원인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일단 정착된 워라밸 문화를 되돌리기 어려우니 판사 수를 늘려 워라밸을 보장하면서 재판 지연을 해결하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결국 의료계와 법조계 대응의 공통점은 밥그릇이다. 정부도 의료계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는 모습이 선행돼야겠지만 무엇보다 국민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의료계 소명의식이 절실하다. 먼저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낀다면 의료계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사법부의 책임의식도 피부로 느낀다면 국민들은 370명이 아닌 1000명 이상 판사를 늘린다 해도 박수를 칠 것이다. 정원 확대 외 다른 개선점을 찾는 게 전제조건이다.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정치인 재판에 대해 적극적인 소송지휘권을 발동하거나 장기 미제 사건이 많은 재판부를 공개하는 등 개선점은 수두룩하다. 


원문보기 : https://www.mk.co.kr/news/columnists/10947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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