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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이재명·윤석열의 정치보복 추방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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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24회 작성일 2021-12-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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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성인(聖人)’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 어떤 정치 보복도 하지 않았다”며 “모든 정적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성인 정치인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했다”고 했다.

정확한 평가다. 김대중은 평생 탄압받았지만 대통령이 되자 유능한 적장(敵將)을 중용했다. 이회창의 참모 이헌재·임창렬을 품어 외환위기를 해결했다. 민정당 출신 김중권을 비서실장으로, 강경 보수인 강인덕을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했다. 정적을 내각에 포진시킨 링컨, 오바마의 ‘팀 오브 라이벌(Team of Rivals)’이 따로 없었다.

윤석열, 정적 용서 DJ ‘성인’ 불러
정치보복의 결과는 무능한 정부
힘 모아 해결할 과제 쌓여 있는데
분열하면 선진국에서 추락할 것

임동원은 전두환 정부에서 호주대사, 노태우 정부에서 통일원 차관을 지냈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 초대 외교안보수석에 발탁된 뒤 “김영삼 정권의 비서관과 행정관을 전원 유임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김대중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청와대에 남은 송민순 비서관은 ‘햇볕정책 전도사’가 됐고, 훗날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임동원은 “유능한 인재 덕분에 성과를 냈다”고 했다.

반면에 이명박 정권 때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근혜 정권에선 이명박 정권 핵심 인사 수백 명이 뒷조사에 시달렸다. 문재인 정권은 두 정권 인사를 배제했다. 정치보복은 모두를 현재권력에 충성하는 노예로 만든다. 유능한 인재는 고갈된다. 인재풀이 ‘우리 편’으로 좁혀지면 상상력은 빈곤해지고 정부는 무능해진다.

2015년 9월 매일경제는 정치 전문가를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조사했다. 1위 이재만, 2위 정호성, 3위 김기춘, 4위 최경환, 5위 정윤회, 6위 안봉근이었다. 비선에 포박된 기괴한 정권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참여연대 출신 장하성·김수현·김상조가 대통령 정책실장으로, 조국이 민정수석으로 기용됐다. 소득주도 성장, 탈(脫)원전, 부동산 실정(失政)의 책임자들이다. 코로나 방역 혼선, 대북 저자세 외교도 실력 있는 전문가를 배제한 결과다.

정권교체론이 들끓고, 윤 후보는 “반문(反文)”을 외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나는 문재인이 아니다”며 차별화에 나선다. ‘조국 사태’에 사과하고, 탈원전에 대해 “다시 한번 숙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역에 대해선 “다른 나라 같으면 폭동이 났다”고 하고, 만신창이가 된 부동산 대책을 비판한다. 문 정권의 자업자득이다.

다음 대통령이 직면한 방역·경제·안보·복지는 모두 난제인데 두 후보의 역량은 미지수다. 이 후보는 시장과 도지사를 11년 했지만 나라 전체의 사안을 다루는 의원이나 임명직 경험은 없다. 윤 후보는 26년간 검사·총장이었지만 정치 세계에선 초보자다. 과거를 불문하고 유능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

두 사람은 스스로의 결핍을 인정하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통합적 비전과 정책을 함께 만드는 협력적 경쟁자로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다투되 싸우지 않는다”는 원효(元曉)의 화쟁(和諍)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다행히 두 사람은 통합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이 김대중을 ‘성인’으로 평가했듯이 이재명도 박정희·전두환의 과(過)뿐 아니라 공(功)도 인정하고 있다. "전두환이 삼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했다.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이념·세대·지역·계층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중산층 강화가 해결책이다. 서양 정치사상의 창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2300년 전 내놓은 해법이다. 그는 『정치학(Politika)』에서 “가능한 최선의 정체는 중산계급(hoi mesoi)에게 결정권이 있는 정체다. 지나친 부(富)와 지나친 가난은 이성적인 행동을 어렵게 한다”고 했다.

중산층을 늘리려면 ‘돈 뿌리기’ 경쟁이 아니라 혁신 기업의 창업, 기존 기업의 도약을 촉진하는 대담한 경제정책,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첨단 과학기술이 비즈니스와 융합하고, 낡은 규제가 철폐되도록 정부와 공공부문을 흔들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의 체질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중심으로 바뀐다.

외교와 안보도 마찬가지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고, 핵을 가진 북한과 마주하며, 힘이 센 4강국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여론은 분열돼 있다. 통합을 위해서는 ‘이성에 가장 잘 복종하는’ 중산층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중국은 1820년 이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한 독보적 경제 강국이었다. 그러나 19세기에 몰락했고, 재기하는 데 두 세기가 걸렸다. 한국은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 기술력 5위의 선진국이다. 미국·중국·일본·EU와 경쟁해야 한다. 여기서 분열하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영원히 잃는다. 그래도 좋은가.

우리는 지난 9년간 정책과 비전이 고장난 무능과 불통의 시대를 경험했다.  이번 선거는 민생·안보·미래를 위한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탄생시키는 생산적 과정이 돼야 한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먼저 상대를 인정하고, 정치보복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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