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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수박 겉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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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8회 작성일 2021-12-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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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1791년 여름, 곳곳에서 집채가 무너져 내린 보고를 듣고 3일의 기한을 주고 사관을 각지로 내보내 상황 및 지원금품 정도 파악을 특별 지시한다. 벌써 한나절 사이에 보고서가 도착하자 정조는 “백성을 위하는 조정의 고심을 깊이 헤아리지 않고 밑바닥까지 자세히 살피지 않아 주마간산 격으로 보았음을 알 수 있었다. 너무도 통탄스럽고 놀라우니 조만간 처분할 것”이라며 달빛을 이용해서라도 즉시 살필 것을 엄명한다.

1793년에는 세금을 매길 때 답사를 주마간산식으로 처리해 가짜와 실지 농토를 파악하지 않고 처리한 김이우와 임수복에 대해 곤장과 유배의 형벌을 내렸다. 폐단이 없도록 매우 강조한 사안인데도 범법을 저질렀기에 경중을 따지지 말고 엄한 징계를 명했다. 만약 눈감아주는 관리가 있다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을 경고했다. 말 달리며 산 보듯 대충대충 하는 수박 겉핥기를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고 한다. 지역사정을 헤아려야할 때 가장 경계해야할 자세가 주마간산이다.

독서에서도 겉핥기식을 경계한다. ‘잘 자~ 내 꿈 꿔~’ 라는 광고문구로 익숙한 박웅현 홍보전문가는 속도 빠른 광고계의 직업인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독서법에 대해서는 ‘천천히 깊게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책은 도끼다’라는 스테디셀러를 내놓은 그는 한 인터뷰에서 “주마간산으로 열심히 달려서 첫 페이지에서 540페이지까지 왔는데 ‘뭘 봤지?’란 느낌이 들면 뛰어온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

수박 겉핥기식 독서법을 떨쳐내기 어려운 이유는 ‘욕심’에 있다고 밝혔다. 세밀히 보려면 천천히 읽어야하는데 어느새 조바심이 나 주만간산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라는 것. 지난 1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초청 강원도 18개시군번영회장 간담회장에서 벌어진 소동 동영상이 지난 주말 온라인과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선거운동 국면에서 예정된 계획과 일정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었겠으나 강원도 현안에 대한 수박 겉핥기식 인상을 주게 된 격이니 소탐대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게됐다.

원문보기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0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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