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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박현동 국민일보 편집인] 자유의 확장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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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99회 작성일 2022-05-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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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사를 관통한 자유
민주국가에서 그 가치는 소중
독점하거나 배척해서도 안 돼

자유는 보편적이면서 개별적
침해받거나, 침해할 수 없어
자유 없는 삶 상상조차 힘들어

구호와 선언이 중요하더라도
진정한 평가는 실천으로 완성
윤 대통령의 자유도 그러해야


익히 알려진 대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는 ‘자유’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이나 언급했다. 첫 일성은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이었고, 마지막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이라며 끝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정철학의 방점을 자유에 뒀다. 민주국가에서 자유의 가치는 절대적이며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리라. 뒤집어 말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자유의 결핍이 심각하다는 뜻이겠다. 마치 논문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평가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자유를 좀 더 들어가 보면 “자유로운 정치,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는 곳은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 경제적 성장은 자유의 확대”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자유는 보편적 가치이며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가슴 깊이 와닿진 않는다. 일부에선 ‘감동적’이라고 칭송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깎아내렸다. 이런 상반된 평가엔 다분히 ‘정치적’ 측면이 없지 않겠으나 비판론을 귓등으로 흘려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은 물론 그에게 표를 찍지 않은 국민도 같은 국민이고,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오히려 더 귀담아들어야 한다. 솔직히 0.73% 포인트 승자라는 현실을 외면하기도 힘들다.

자유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 만일 그런 삶이 있다면 그건 분명 지옥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이 물음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배고픈 자에겐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할 것이고, 목마른 자에겐 갈증을 해소할 자유가 필요하다. 생각을 말할 자유, 일할 자유도 소중하고, 반대로 침묵할 자유와 쉴 자유도 배척할 수 없다. 이렇듯 자유는 권리와도 상통(相通)한다. 애당초 인간은 원초적으로 영혼이 자유로운 존재다.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되긴 말처럼 쉽지 않다. 개인이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자유가 현실과 만나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자유는 제한이 없으나 개별적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가 온전히 주어지는 환경에서 각자의 이익이 최대한 달성되므로 자유는 국가와 사회의 효용을 증대한다”고 갈파했다.

우리 내부를 돌아보자. 개인은 절대적으로 자유로운가? 국가는 자유를 ‘통치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한 적은 없는가? 강조하건대 나의 자유를 침해받아서도 안 되지만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자유도 없다. 개인 간에도 이럴진대 국가가 또는 집단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제할 자유는 더더욱 없다.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우리는 이를 너무나 쉽게 생각한다. 그리고 망각한다.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문재인정부 5년간 자유는 자유롭지 못했다. 언론의 자유는 위협받았고, 심지어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배제하려는 시도마저 있었다. 민주주의에 자유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사회민주주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직면할 때 답이 없다. 자유는 이성을 가진 인간의 본질적 가치인 반면 민주주의는 정치·사회적 제도에 가깝다. 결국 자유민주주의 논쟁의 이면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통치 철학’으로서의 자유는 온당하지만 ‘통치 전략’으로서의 자유는 경계해야 한다.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일정 부분 자유를 제압당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원초적 질문은 차치하고 과하지는 않았는지조차 따지지 못했다. 자유를 말하면서도 자유의 개별성을 무시하고 단죄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행위의 주체가 국가권력 또는 정치권력이면 더 그렇다.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 취임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실천으로 완성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는 얼마나 감동적이었던가. 한데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가 실현됐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멋진 말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다. 덧붙인다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성경 말씀(요한복음 8장 32절)도 새겼으면 좋겠다. 윤석열의 자유 또한 그래야 한다. 자유의 확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면서.

원문보기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5690&code=11171404&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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