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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택배와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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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024-08-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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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은 절기로는 여름 무더위의 끝을 알리지만 기후 온난화로 중복보다 더울 때다. 말복인 8월 14일은 ‘택배 쉬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은 대부분 택배사 영업점이나 물류 터미널 모두 근무하지 않는다. ‘택배 쉬는 날’이 시작된 지 올해로 5년째이다.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던 시기에 과로사하는 노동자가 속출했다. 이들이 근무하는 저열한 환경과 과도한 배달량이 사회현안으로 떠올랐다. 최소한의 건강권조차 허락되지 않는 택배기사를 위한 휴식 보장 여론이 높아졌다.

2020년 8월 13일 한국통합물류협회, 주요 택배사, 고용노동부는 전체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6개항의 공동노력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고 매년 정례화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건강을 해치는 심야 배송을 하지않고, 질병과 경조사 등이 있으면 쉴 수 있도록 하며 작업 환경의 안전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작업 강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 택배기사와의 서면계약 및 산재보험 가입 등 법 준수 등이 포함됐다.

1992년 무렵 도입된 택배서비스는 초기엔 택배기사들이 택배회사에 직접 고용돼 안정적인 일자리로 여겼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택배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현장 배달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 신분이 돼 법의 보호와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다시피하면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력 없이는 생계가 안정적이지 않은 직종이 됐다. 급기야 과로사가 속출했을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에 뇌졸중과 심장질환 등 치명적 질병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전히 폭염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던 중 쓰러졌다는 소식이 나온다.

벤치마킹한 일본의 1인 이용량보다 2배 정도인 택배업계의 산업성장 그늘이 다름아닌 ‘택배 쉬는 날’이다. 21세기 한국 수준의 경제 규모라면 당연히 시행됐어야 할 택배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비롯한 여러 권리가 정부와 업계간 공동선언을 통해 비로소 표명됐다는 점에서 후진적인 한국사회의 단적인 면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택배 쉬는 날조차 총알 같은 365일 연중 배송을 자랑하는 기업마케팅이 먹힌다니 씁쓸하다. 박미현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59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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