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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신 무의촌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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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2023-10-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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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의료기관의 42%, 의료인의 56%는 서울과 부산에 몰려 있었다. 읍·면 3곳 중 1곳 이상은 단 한 명의 의사도 없었다. 산업화로 국내총생산(GDP)은 늘었으나 보건의료에 재원을 거의 투입하지 않아 1970년대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GDP 대비 복지 지출은 2%를 넘지 못했다. 정부에서 외면하자 오로지 맨몸으로 해결해야 하는 삭막한 시대의 갖은 몸부림은 곳곳에 기록으로 남겨졌다. 원주시 부론면 장산리 자작마을에 사는 20대 정씨가 1977년 마을에 어떤 질병이 있는지 조사한 ‘우리 부락에서 앓고 있는 병에 대하여’라는 글은 “장가를 들어 처가 첫 애기를 가졌을 때 장모님의 제일 큰 걱정은 교통이 나쁜 오지부락에서 무사히 순산하였으면 하는 것이었다.”로 시작된다.

이 글은 ‘원주원성수해복구사업 종합보고서’(1976~1978)에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를 펴낸 곳은 천주교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결성한 재해대책사업위원회였다. 천주교 원주교구에서 뜬금없이 재해 대책 보고를 낸 데는 연유가 있다. 1972년 여름 원주 일대는 ‘남한강 홍수’로 불리는 큰 수재를 당하게 되는데 원주교구는 직접 재해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곧장 복구계획서를 만들어 독일 가톨릭 주교회 측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공교롭게 승인이 나기 전인 1976년 여름 원주는 또 한번 홍수로 큰 타격을 받게 되는데, 물살에 휩쓸린 주택 피해는 무려 1003채에 달했다.

다행히 그해 겨울 독일 가톨릭으로부터 재정이 승인되자 시급히 나선 일이 마을개발사업과 보건환경 개선이었다. 독일 파견 경험이 있는 간호사 출신으로 벽지보건팀을 구성해 ‘벽지보건사업’을 가동하고 ‘부락상비약 지원사업’에 들어갔다. 그해 12월엔 ‘마을건강봉사연합회’를 창립하고, 이듬해엔 ‘마을건강봉사사업’으로 진전하면서 약방 한곳조차 없던 의료공백을 메우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 정씨의 마을 질병 조사도 종합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국회의원은 65세 이상 중 10.3%가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는 보건복지부 자료를 발표했다. 노인 인구가 많으면서 의료 기반이 허약한 농어촌일수록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였다. 강원의 치매유병률은 예상한 대로 평균치 이상이었다. 어디 치매뿐인가. 응급의료기반 부실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비율도 강원이 높다. 정부에서 의대 정원을 10년 이상 동결해 온 결과 의사 부족 사태로 인한 공공의료 붕괴 직격타를 강원이 먼저 겪는 중이다. 신 무의촌시대로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 박미현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07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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