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극한 정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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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3회 작성일 2023-10-04 10:00본문
좁은 소견과 작은 이해 몰입 무한 투쟁 반복
민생 관련 법안 등 98개 처리 무기한 연기돼
4월 총선 향한 물밑 경쟁 치열, 마음은 벌써 콩밭
인간의 생명이 지닌 의미는 언제나 살아 있는 것이다. 이 살아 있음은 다름 아닌 인간만이 가진 따뜻한 사랑과 영원한 핏줄의 연대다. 이 연대는 가족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워 나갈 때 비로소 인간다움을 가지게 된다. 한가위 고향으로 가는 열차표를 사서 즐거운 것은 부모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애틋한 마음에서 피어난 가족 사랑의 향기가 인간다운 아름다운 삶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엄동설한 강가에 피어난 갈대들이 서로 몸을 비비고 엉켜 하나가 돼 사는 것은 서로 위안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되는 것임을 갈대는 알고 있는 것일까.
청년들 무한 도전 실종
긴 추석 연휴가 끝난 지금 가족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지금처럼 희망이 사라진 시기가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건국과 전쟁 때도, 피땀 흘려 한강의 기적을 이루면서도,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면서도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접지 않았다. 그런데 달라졌다. 정치, 안보, 경제 모두 앞이 캄캄하다. 특히 무한한 도전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청년세대들의 절망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지금의 환경은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다. 이런 인식에 여야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좁은 소견과 작은 이해에 몰입해 무한 투쟁을 반복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의 단식과 구속영장기각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는 완전히 실종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반면 여당은 이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은 '사법부의 반국민적 결정'이라며 금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다.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민생법안은 발목이 잡혔다. 애초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에서는 98개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이 중간에 본회를 종료하면서 법안처리는 무기한 연기됐다. 유능한 축구 선수는 운동장을 넓게 쓰면서 다른 선수의 움직임을 더 많이 보고 정확하게 예측한다. 위대한 정치가일수록 전체 판세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정치의 퇴행은 심각한 지경이다.
안보 문제 대국적인 접근을
안보 문제는 정권 아닌 국가 존립이 걸린 만큼 대국적 접근이 더 절실하다. 한국의 안전보장은 미국과의 동맹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핵무장, 중국의 패권주의, 일본의 잠재적 군사력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의 독자적 방어 능력에 한계가 있기에 이해는 간다. 그런데 미국의 안보 공약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도 되는 것인가. 국제정세에 따라 미국의 대외(對外) 안보 공약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도 상황에 따라 세계경영 방침을 바꿀 수 있다. 미국이라고 천년만년 한국을 지켜야 한다는 법도 없다. 우리는 이미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과 고령화는 심각한 도전이다. 올 8월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2.4%에서 5월 2.3%로 낮춘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내렸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경기가 반등하며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접어야 할 판이다. 추석 연휴에서 복귀한 정치권이 현장에서 들은 민심을 토대로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다. 그러나 의지가 없으면 공염불이다. 일주일간의 이번 추석 연휴는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나무 대신 숲’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선심공약 등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선심공약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세대 착취’다. 올바른 정치는 자식 세대까지 배려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다.
원문보기 : https://www.kwnews.co.kr/page/view/2023100307464078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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