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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실장] 디케가 눈물 흘린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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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60회 작성일 2023-09-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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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책 ‘디케의 눈물’서 “화살 꽂힌 채”

정의 훼손에도 끝내 ‘내 탓’ 인정 거부

통계 조작·사법리스크에도 ‘적반하장’

몰염치·무반성, 병 키우는 최악 처방





“등에 화살이 박히고 발에는 사슬이 채워진 몸이지만 기어서라도 앞으로 가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달 펴낸 책 ‘디케의 눈물’ 마지막 페이지에서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디케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이다. 정의의 여신상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한 손에 저울을, 다른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변호사인 금태섭 전 의원은 2008년 ‘디케의 눈’이란 책을 썼다. 그는 디케가 눈을 가린 데 대해 “법을 통해 진실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고 했다. 당시 금 전 의원의 책에 추천사를 썼던 조 전 장관은 이번에 한 글자를 추가해 ‘디케의 눈물’이란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얼마나 비장하게 썼기에 책 제목이 ‘디케의 눈물’일까. 1장에선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거칠게 때렸다. ‘대한검국의 등장’이란 소제목을 붙이고 “법이 총칼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서문과 맺음말에선 자신과 가족의 비리 의혹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한 게 눈에 띈다. “수신제가를 철저히 하지 못한 과오와 불찰에 대해 자성한다”고 했지만 진정한 반성과 참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부산대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가 2021년 9월 발표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동양대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불합격했을 것이라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부인과 딸을 감쌌다. 이어 “디케는 망나니처럼 무지막지하게 칼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공감과 연민의 마음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신이라고 믿는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된 혐의자 대부분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에서 4년형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곧 가석방된다.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은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18일 확정했다. 결국 의원직을 상실한 최 의원은 “참담하고 무도한 시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조국 사태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흔들고 국론 분열을 증폭시켰다. 그런데도 조국 일가와 민주당은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 민주당 세력은 결코 과오를 시인하거나 사죄하지 않았다. 늘 정의로운 척하면서 ‘도덕적 우위’를 내세워온 게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이러니 “몰염치의 극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들은 통계 조작 의혹에서도 후안무치 행태를 보였다. 문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통계 작성 기관을 압박해 주택·소득·고용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왜곡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통계 조작은 국기 문란 범죄다. 그러나 민주당 대변인은 “조작 감사야말로 국기 문란”이라며 적반하장식으로 감사원을 공격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연쇄 사법 리스크가 벌어지는데도 한 번도 ‘내 탓’을 인정하지 않았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이 대표는 약속을 깨고 자신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지령’은 역풍을 초래해 결국 21일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만배 씨의 ‘허위 인터뷰’ 녹취 파일이 대선 사흘 전에 공개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당시 제기했던 ‘윤석열 후보의 커피 게이트’ 의혹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되레 “야당 음해 공작”이라고 반격했다. 이러니 허위 인터뷰를 토대로 윤 후보의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일부 언론사들이 딱 부러지게 사과하지 않는 것이다. 2004년 미국 대선 때 CBS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주방위군 복무 경력에 의혹을 제기했다가 오보로 확인되자 곧바로 핵심 간부와 프로듀서 등 4명을 해임한 것과 대비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끝내 오류를 시인하지 않으면 대중은 분노하고 사회는 병들기 마련이다. 무(無)반성과 파렴치야말로 병을 더 깊게 하는 최악의 처방이다. 맹자가 “부끄러움을 잃어버리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말한 이유다. ‘조국의 디케’가 눈물을 흘린 진짜 이유는 과오를 뉘우치지 않고 몰염치로 일관하는 세태가 견딜 수 없이 슬프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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