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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논콩’의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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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4회 작성일 2023-09-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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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누런 벼 물결이 넘실댔던 논을 억울한 심경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토하는 이들이 있다. 정부가 장려한 ‘전략작물’인 논콩을 심었다가 된통 당한 이들이다. 전남 보성에서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 벼 대신 논콩 등 전략작물을 심었던 농지 3000여㎡를 끝내 갈아엎으며 분노를 터뜨렸다. 강원지역에서는 논콩을 갈아엎는 시위는 없었지만, 농심을 달래기 위해 몇몇 시군에서는 지원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올해 도입된 ‘전략작물 직불제’는 쌀 재배면적을 줄이려는 주 취지로 수립됐다. 쌀농사 대신 논에 호밀, 귀리, 논콩, 가루쌀, 조사료 등 정부에서 지정한 ‘전략작물’로 바꿔 재배한 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이다. 1만㎡에 호밀과 귀리는 50만원이고 조사료는 430만원이다. 논콩의 경우는 1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애초 콩은 습기에 민감해 논 재배에 부적합 우려가 나왔다.

논콩은 배수가 불량할 경우 습해로 생육이 저해된다는 학계 연구가 이미 10여년 전에 나왔다. 콩 생육과 수확량 증대에 중요한 질소고정균이 오랜 기간 콩을 길러온 밭보다 논이 무려 10배 정도 낮은 문제점도 있다. 토양미생물 밀도가 낮은 곳에서는 질소비료를 투입한다고 해도 다양한 환경스트레스로 인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보고도 진즉에 나온 것. 그 때문에 농업 현장에서는 논콩이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왔다.

강원도민일보 3월 20일자에는 쌀농가 작물 전환율이 낮을 것으로 내다본 김호석 기자 보도가 있었다. 강원과 같은 중부지역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대체작물이 토양을 비롯해 재배 여건과 맞지 않아 획일적이고 소득대체 효과도 없다는 지적이었다. 더구나 여름에 집중호우와 폭염이 번갈아 덮쳤으니 정부 시책을 믿고 쌀농사를 포기한 농촌에선 울분이 터질 수밖에. 정부에서 내놓은 이른바 ‘전략작물’은 전혀 전략적이지 않은 셈이 됐다.

쌀농사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 중엔 고령층에서 기계화로 지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농사여서다. 열악한 밭농사 기계화 수준부터 개선해야 대체농사의 고충을 덜 수 있다. 농업 정책이 현장과 괴리감이 있고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행정편의에 머물면 성공이 어렵다. 농촌에서는 ‘정부에서 하라는 것만 안 하면 된다’라는 속설이 있는데, 새삼 확인시킨 사례가 됐기에 씁쓸하다. 박미현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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