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공직자의 갈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 임원진 칼럼

본문 바로가기
회원가입    로그인    회원사 가입      

임원진 칼럼

[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공직자의 갈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478회 작성일 2023-09-11 09:52

본문

대통령실, 행정관 투입 전 부처에 걸쳐 복무 점검
“연고-온정주의,과도한 규제와 재량권, 관(官) 주도경제
청산하지 않으면 공정사회 실현은 구두선에 그쳐” 


2023090518443536172_l.png 


익숙한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삼라만상이 다 그렇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국가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무장해제 된다. 긴장감과 경계심이 사라진다. 그러니 함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가 심각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불감증으로 지나치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안보불감증이다. 한국은 군사지정학적 위험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법치 도전의 일탈에 '무감각’

휴전선은 세계 최대 군사밀집지역이다. 더구나 일본도 사실상 핵 무장능력을 기술적으로 완비한 나라이니 북한 핵을 포함해 세계에서 완전히 핵무력으로 포위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사방이 핵 무장국으로 포위된 나라는 없다. 우리의 생존 실체, 생명 조건은 세계 최대 군사경쟁 핵심 지역, 세계 안보 문제군의 진원지에서의 삶이라는 사실을 벗어날 수 없다. 북한이 연신 미사일을 발사해도 국민은 무감각이다. 익숙해져선 안 될 일에는 익숙해지지 않는 사회라야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다. 국가 안보의 위해(危害) 요인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법치 도전의 일탈이 만연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사회 전반에 일상화 돼 익숙해진 나머지 심지어 파렴치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감각까지 둔해지고 있다. 웬만해서는 놀라지도 않는다. 잔혹성 등이 ‘묻지마 범죄’ 정도인 흉악범이 나타난 뒤에라야 충격적인 일로 인식해 사회 안전에 대한 방어망 정비 등을 서두르는 식이다. 국민은 공직 비리 역시 워낙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이미 익숙해졌다. 이제 그 부정부패의 행태가 엽기적인 수준이라야 놀라면서 화제로 삼게 된 상황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퇴직이후에도 논란의 중심

대통령실이 지난달 28일부터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들을 투입해 전 부처에 대한 복무 점검에 나섰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등으로 기강 해이 논란이 불거진 공직사회를 대통령실이 직접 다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비현실적인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과도한 규제가 우리 경제와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어 온 게 사실이다. 공무원이 지위를 남용하거나 인허가권을 틀어쥐고 잇속 챙기기 수단으로 활용해온 탓이 크다. 퇴직 이후에도 논란의 중심이 된다. 고위직 인사청문회만 열렸다 하면 공무원 퇴직후 기업체나 로펌에서 받은 연봉이 단골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의 급여는 놀라움을 넘어 상실감, 박탈감을 안겨주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공분을 넘어 ‘도적질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도적질하는 벼슬아치를 조금 점잖은 말로 의관지도(衣冠之盜)라고 한다. 관복 입은 도둑이란 뜻이다. 명(明)나라의 장한(張瀚)이 편찬한 ‘송창몽어’에는 “바깥 민족의 침공을 제거하기는 쉽지만 중국의 도적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 중국의 도적을 제거하기는 쉽지만 중국의 관복 입은 벼슬아치를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去中國衣冠之盜難)”는 말도 있다. 이번 대통령실의 공직사회 다잡기가 세상은 달라졌지만 세상 바뀐 줄 모르고 어둠의 세상에서 ‘관복’ 입고 설쳐대는 직업공무원제의 대수술로 이어져야 한다. 공직자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그리고 나라와 민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절대 다수의 공직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돼야 대통령실의 공직기강 바로 잡기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전관 특혜, 공직 비리가 생기는 틈을 그대로 둔 채 공직기강 확립의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주변을 돌아보라. 공무원들이 부패의 유혹에 노출되는 환경이 적잖다. ‘우리는 남이 아니다’로 상징되는 연고주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온정주의, 상명하복보다 무서운 갑을(甲乙) 관계, 관주도 경제, 과도한 규제와 재량권….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공직사회에 부패친화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썩은 공복(公僕)이 활개 치는 나라라면 국가 선진화도, 공정사회 구호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원문보기 : https://www.kwnews.co.kr/page/view/202309050824088450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93건 11 페이지
임원진 칼럼 목록
제목
743
742
741
740
739
738
737
736
735
734
733
732
731
730
열람중
게시물 검색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311호   전화: 02-723-7443   팩스: 02-739-1985
Copyright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회원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