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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 이재명은 무엇을 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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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025-02-0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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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판도 그 이후도 흐릿한 정국
역사적 순간… ‘넥스트 비전’ 없는 탓
‘리더의 무게’ 저울 위에 오른 李
불리함 무릅쓰고 대의 좇을 수 있을까

정용관 논설실장
정용관 논설실장

뒤죽박죽이다. 설 연휴도 지났건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나 재판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지, 조기 대선이 치러진들 지금과 같은 극단적 대립 속에 나라는 더욱 혼돈에 빠져드는 건 아닌지…. 이런 답답함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정권교체 여론, 탄핵 여론, 대선후보 지지율 등이 복잡하게 뒤엉킨 설 기간 여러 조사에서도 드러나듯 많은 국민들도 헷갈리는 모양이다. 이를 놓고 이런저런 분석이 나오지만 본질적으론 ‘넥스트 비전’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한다.

‘윤석열의 변란’을 거치며 많은 이들이 탄핵 이후 나라는 제대로 굴러갈지, 그 난세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는 어떤 덕목과 경륜을 갖춰야 할지 등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국난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제대로 실현할 리더를 고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진영 문제도 아니고, 누가 정권을 잡느냐의 차원도 아니다. 그 점에서 유력한 대선주자이면서도 탄핵 찬성과 정권교체 여론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가능성과 한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최근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탈이념 실용주의’와 ‘성장론’을 내세우고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사회도 내려놨다. 확실히 달라진 중도(中道) 행보다. 정치인, 특히 유력 대선주자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걸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런 탈(脫)이재명 전략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다.
 

물론 입법 권력을 쥐고 있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적어도 다음 총선까지 3년간 민주당은 견제 불능의 ‘황금기’를 누릴 것이란 공포심이 보수 진영에 팽배한 게 사실이다. “한국이 중국에 먹힐 것”이란 반중(反中) 정서까지 엮은 극우 프로파간다가 2030 남성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긴 하다.

문제는 이 대표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자신이 대통령 되는 데 유리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평상시 대선 국면 같으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현직 대통령이 반헌법적 계엄과 내란 혐의로 감방에 갇혀 있는 ‘역사적 순간’이다.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는 거대 야당 대표로서의 ‘책임 윤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인데도 오직 대권에만 관심이 가 있는 것처럼 비치면 뭘 해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더욱이 정권의 탄압을 받는 소수 야당이라면 단일대오가 중요하겠지만 민주당은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자 잠재적 집권당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당이 다양성 확보는커녕 “이재명으로의 정권교체”만 부르짖고 대선에 걸림돌이 될 만한 변수는 모조리 제거하는 데 급급하다. 지지율 정체 혹은 하락은 이재명 악마화 탓, 거짓 선동의 탓, 검찰 정권의 범죄자 프레임 탓으로 돌린다. 무슨 민주파출소를 만들고 여론조사검증특위를 만들고 은행장들 집합까지 한다.

필자는 이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누구랑 골프를 쳤네 안 쳤네, 국토부 협박이 있었네 없었네 등의 허위사실 유포 문제로 유력한 대선주자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법은 법이다. 요리조리 피할 방법만 궁리하지 말고 당당할 수는 없나.

현재로선 차기 대선은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싸움으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재명이 과거의 이재명과 싸워서 미래의 이재명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내놔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신에겐 불리할 수 있지만 난국 수습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과감히 결단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자신의 사법 문제를 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다.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만 대하면 선두 주자의 기득권 유지로 비칠 뿐이다. 대선 후보 졸속 경선 의구심도 떨쳐내야 한다. 여야정 협의체에 조건 없이 참여해 경제와 외교 등에 힘을 실어주는 조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희생적 자세’ 없는 대선용 중도노선 외침이 얼마나 공허한가.

온갖 곡절을 겪더라도 ‘탄핵의 겨울’이 지나면 ‘대선의 봄’이 올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리더의 무게’ 저울에 오른 셈이다. 평소 정치색을 잘 드러내지 않던 오랜 민주당 지지자의 일갈이 연휴 내내 귓전을 맴돌았다. “이 역사적 순간에 이재명은 뭘 걸 것인가. 그게 안 보이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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