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이기수 경향신문 편집인 겸 논설주간] 민주주의 적, 윤석열과 정치 홀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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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025-01-23 10:45본문
47일 사이, 대한민국은 두 번 폭동을 겪었다. 12·3 내란은 국회·선관위를 위압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패싱했다. 1·19 난동은 서울서부지법을 부수고 한 무리가 헌법재판소 담을 넘었다. 두 폭동이 이 나라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관위원장)이 이끄는 헌법기관을 다 짓밟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우리는 총 든 특전사·수방사·정보사·방첩사의 군홧발 소리를 다시 듣고, 사법부에 떼거지로 난입한 초유의 백색테러를 목도했다.
내란의 밤 시발점도, 선동의 밤 촉발자도 윤석열이다. 하나, 내란 수괴는 ‘왕 법꾸라지’로 산다. 차벽 쌓은 관저에서 저항하다, 경호원들까지 등돌리자, 체포 직전 윤석열은 “자진 출석”으로 하자고 흥정했다. 구속 부담을 낮추려 한 것이다. 그리고 빼박 증거 넘치는 공수처 내란 수사는 결사코 불응한다. 탄핵 심판에 올 수사기록을 줄이려 한 것 일게다. 그러곤 헌재 법정에서 계엄 포고령 1호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이 옛 포고령을 잘못 베꼈다 하니, 김용현은 반박하고, 소가 웃는다. 내란 당시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주었다는 ‘비상입법기구 쪽지도 그런 적 없단다. 혼자 살려고 수하 장관들을 거짓말쟁이로 몬 것이다. 호송차에 탄 그의 말로가 비루하다. 뻔뻔하다. 사악하다. 어디에 대통령다움이 있는가. 일말이라도 국민에게 송구한 낯빛과 예의가 있는가. 그 손가락질 받으며, 술도 유튜브도 없는 3평 독방에, 거악(巨惡)이 갇혔다.
극우는 체제와 법치와 보편적 가치를 부정한다. 사법 테러 그날도, 하얀 헬멧 쓴 백골단, “이제 내전이다” “성전·의거”라며 생중계한 유튜버들, “헌법 위 저항권”으로 윤석열을 구치소에서 빼오자는 전광훈 집회가 뒤섞였다. 합리적 보수도 선긋는 부정선거를 극우는 맹신한다. 그러다 내란까지 찬성하고, 그 수괴 윤석열도 영웅시한다. 12월에 ‘진보·보수 30%’ 언저리던 여론조사 참여 비율도 1월엔 ‘보수 35%·진보 25%’로 바뀌었다. “지지율 올려야 윤석열 석방된다.” 극우 유튜버 독려가 급피치 올린 뒤 일어난 ‘보수 과표집’이다. 극우의 또 다른 특징은 행동이다. 누군가를 겨눈 적의가 공수처-서울서부지법-헌재를 향했고, 머잖아 야권 대선주자 1위 이재명을 향할 것이다. ‘내란 지지가 애국’이라는 윤석열, ‘윤석열 지키는 게 애국’이라는 극우는 하나가 됐다. 윤석열이 바로 극우다.
이 광기에 정치도 올라탔다. 전광훈에게 90도 절하고 경찰서장에 법원 난동자의 ‘선처’를 부탁한 윤상현류, 국회에 백골단 청년들을 세운 김민전류, 법원 난동에 ‘폭도 낙인’ 말라며 유튜버에 설 선물 보낸 권영세류, 경찰의 과잉 대응을 경고한 권성동류, 폭도들의 무료변론 모금에 나선 황교안류다. 입은 ‘세 결집’에 웃고, 발은 ‘극우 수렁’에 빠진 게 국민의힘의 갈팡질팡하는 오늘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극우는 과거의 행동대를 넘어 집권당과 내각을 쥐고 흔드는 정치 주류로 부상했다.
되새길수록, 끔찍하다. 윤석열은 이재명·한동훈·우원식을 “싹 다 잡아들여” 수방사 벙커에 가두고, 내란 성공 후 비상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온갖 악법을 만든 5공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였을 게다. 경향신문·한겨레·MBC·JTBC엔 단전·단수까지 지시했단다. 신문사·방송사를 세우려는 비수였다. 헌법 위의 비상대권을 쥔 ‘인치(人治)’, 윤석열이 가려 한 전두환의 길이다. 내란의 전모는 아직도 다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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