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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이진우 매일경제 논설실장] 한국은 여기까지인가 …'피크 코리아'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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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025-02-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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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정점 찍었다는
'피크 코리아' 공포 확산
결단 못하고 문제점 방치
근본적 체제 개혁 나서야
사진설명사진 확대

한국은 딱 여기까지인가.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에 대한 탄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새삼스러울 수도 있다. 한국은 이미 작년 2분기부터 사실상 성장(전 분기 대비)을 멈췄다. 내수, 수출 할 것 없이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국민들도 더 이상 저성장을 놀라워하지 않는다.

달라진 것은 불안감의 깊이다. 작년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감을 일깨웠다. 사실상의 무정부 내전 상태를 경험하면서 정신이 퍼뜩 들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가 질서가 흔들리면서 실제로 경제가 더 망가졌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작년 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도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17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접하고 체제 붕괴를 떠올렸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입법·사법·행정부의 난맥상이 내 가족에 대한 안전 위협으로 연결된 것이다.

국운 쇠퇴의 불길함은 국경을 넘나들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온 백악관에서, 글로벌 리더들이 집결한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의 존재는 미미했다. 경제·문화강국으로 추앙받던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시작됐지만 우리는 누가, 어디서,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고립무원, 속수무책의 막막함이다.

사실 고소득 국가의 경제성장률 축소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하이 인컴 트랩(high income trap)'이라는 말도 있다. 선진국 수준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고임금에 제조업체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고령화로 일하는 인구가 감소하며, 고학력의 젊은 세대가 구직난을 겪으면서 성장률을 깎아 먹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성장을 정해진 운명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로버트 J 고든 교수가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라는 책을 발간한 게 2016년 초다. 그는 이른바 4대 역풍을 제시하며 미국 경제의 저성장을 예언했다. 소득 불평등, 교육 정체, 인구 고령화, 정부 부채 증가의 역풍을 맞아 부모 세대보다 생활수준이 낮아진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읽어봐도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현실 경제는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 미국 경제는 수년째 '나 홀로 고성장'이다. 일본 경제의 부활 조짐과 유럽의 병자로 되돌아간 독일 사례를 봐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단기 성장률에 일희일비할 건 아니다.

관건은 혁신의 기풍이다. 국가 시스템이 변화와 경쟁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 실패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뭔가를 결정하고 결단하는 기능이 마비됐다. 전진은커녕 뒷다리 잡기에 특화된 시스템이다. 그러다가 피크 코리아를 목전에 두게 됐다.

설 연휴 동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세계를 흔들었다. 그 덕분에 네이버, 카카오 주가가 깜짝 반등하기도 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웃음을 쳤다. 중국의 AI 인재풀은 수적으로 한국의 7배 이상이다. 인재의 질도, 정부 지원과 규제 환경도 중국이 한국을 압도한다. 그들은 주 52시간은커녕 주 7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경쟁한다.

엊그제 거대 야당의 총수가 노동계를 상대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설득했다. 진작에 그랬어야 했다. '이게 나라냐'는 삿대질은 이런 데 필요한 것이었다. '이제 국가 시스템을 바꿔보자'는 주장이 곳곳에서 분출되었으면 한다. 그런 분위기만으로도 잠재성장률은 자연스럽게 보강된다.

한국의 번영은 딱 여기까지라는 데 섣불리 동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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