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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이진우 매일경제 논설실장] 미·중 관세전쟁과 한국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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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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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낮은 트럼프 관세폭탄
中 기술자립·경쟁력 강화시켜
韓 제조업 수출전략 시효 다해
'새판짜기' 나설 대통령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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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중국 화웨이는 7나노 반도체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미국의 반도체 봉쇄망을 뚫고 중국이 첨단 칩 양산에 성공한 이 사건은 서방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려 미국 정부와 과학계를 각성시킨 역사적 사건에서 유래한 말이다. 요즘엔 중국이 이런 '모멘트'를 독차지하며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은 '딥시크 모멘트'를 통해 인공지능(AI) 판도를 뒤집어 놓았고, 지난달에는 단 5분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기술을 선보이며 'BYD 모멘트'를 만들어냈다. 휴머노이드 등 다른 분야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중국은 이런 성과를 보란 듯이 선전한다. 지난 7일 쓰촨성 상공에서 중국이 개발 중인 6세대 스텔스 전투기 J-36의 비행 영상이 공개됐다. '우연히 촬영된 영상'이라는 설명과 달리 당국이 의도적으로 연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전쟁은 허술하고 혼란스럽다. 세율은 오락가락하고, 상호관세의 산출 근거도 아리송하다. 하지만 정말 의심스러운 건 가성비다. 미국이 입는 경제적 타격이 중국보다 큰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4일 뉴욕증시를 덮친 '블랙 프라이데이'다. 이날 하루 동안 뉴욕증시에서는 3조달러, 약 43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방아쇠를 당긴 건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가 아닌,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였다. 달러와 국채 동반 약세라는 금융위기 전조 현상까지 겹쳤다.

결국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관세전쟁의 동력은 뚝 떨어졌다. 동맹국까지 등지며 감행한 승부수치고는 허무한 전개다.

본질적으로 이 모든 사건은 하나의 진실을 가리킨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실패하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의 자립적 기술력과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만 낳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트럼프의 의도는 결과적으로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 께름직한 건 미국의 폐쇄적인 태도다. 기술 독점과 관세 장벽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듯하지만 경쟁 압력을 떨어뜨려 혁신을 저해한다. 그에 비해 중국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AI 플랫폼에서 딥시크를 탄생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래저래 한국에는 악몽 같은 상황이다. 더 예민해진 미국과 더 강력해진 중국을 상대하게 생겼다. 일단 미국이 대중국 압박으로 시간을 벌어줄 것이란 기대부터 접어야 한다. 범용 제조업 수출로 먹고사는 건 시효를 다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산업구조와 제조 경쟁력, 인재 수준으로는 어림없다. 머지않아 시장이 요구하는 품질과 가격을 맞출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곧 시작된다. 그리고 48일 뒤면 대통령 선거가 있다. 한국이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회다. 개과천선의 기회일 수도 있다. 이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낡은 제도와 관행은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삼성 모멘트' '현대차 모멘트' '네이버 모멘트'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담대한 개혁을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할 사람을 새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후손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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