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이기수 경향신문 편집인 겸 논설주간] 모두 이재명을 본다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23회 작성일 2025-04-16 18:29본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퓨리오사AI NPU칩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04.14 국회사진기자단
늦게 핀 벚꽃이 바로 졌다. 긴 꽃샘추위로, 매화·목련·벚꽃이 함께 핀 ‘4월의 요지경’도 잠시, 며칠 몰아친 비·돌풍·눈·우박에 후두둑 다 떨어졌다. 그새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주권자인 국민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죄였다. 3년 못간 윤석열 정권과 1주일 화려했다 사그라진 저 벚꽃이 닮았다.
윤석열은 철면피다. 관저 나오며 “새 길을 찾겠다” 했고, 사저 들어가면서는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했다. 이런 정신승리가 없다. 아직 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자기최면일 게다. 막후정치 해보겠다는 복심일 게다. 그러고보면 기는 꺾였어도, 한때의 집권당 친윤 지도부도, 그 ‘쌍권(권영세·권성동) 위 쌍전(전광훈·전한길)’의 극우집회도, 그를 탈옥시켜준 형사 재판부와 심우정 검찰도 그대로다. 한덕수가 윤석열의 ‘집사 변호사’ 이완규를 대통령몫 헌법재판관에 지명한 평지풍파도 일어났다. 내란의 잔불은 꺼지지 않았다.
보수의 대선이 진창에 빠졌다. 첫 컷오프 전, 오세훈·유승민이 물러났다. 첫 결선투표 도입도, 한동훈 길을 막겠다는 거란다. 대선은 윤심 팔고 쌍전 눈치보는 ‘탄핵 반대파’ 일색이다. 8년 만에 다시 ‘탄핵의 강’에 갇힌 것이다. 그 강에 띄운 잠룡이 힘 받을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의원 54명이 한덕수를 러브콜했다. 한덕수는 ‘관세 협상’ 끝나면 결단하려는 속내를 비췄다. 마지노선은 공직자 사퇴 시한(5월4일)일 게다. 있을지 없을지 모를 ‘단일화 이벤트’까지, 당 경선은 김빠진 맥주가 됐다. 친윤계가 띄우는 ‘한덕수 대망론’이 가당한가. 윤석열을 탄핵한 시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그는 내란을 막지 못한 국무총리다. 김건희 국정농단과 이태원·오송·잼버리·엑스포 참사, 의료대란 터진 윤석열 3년에 한덕수는 어딨었는가. 김문수가 ‘뉴라이트’, 홍준표가 ‘명태균’, 한동훈이 ‘검사정치’라면, 한덕수가 가세한 대선엔 ‘윤석열 국정’ 굴레가 얹어진다. 누굴 탓하겠는가. 윤석열·극우 품고, 반성·쇄신 없이 대선으로 넘어가려 했을 때부터 당이 각오했어야 할 업보다.
해서, 6·3 대선은 1극이다. 이재명이다. 대선 지지율은 홀로 40%를 넘고, 양자대결은 50%를 찍는다. 언론만 ‘변수’로 둘 뿐, 여론조사표의 20% 전후 무당층도 큰 의미 없다. 늘 추적하면, 기권표 비율과 거기서 거기다. 내일 뽑으면, 이재명이 된다는 뜻이다. 숫자 뿐인가. 윤석열 파면 후 이재명 상승세는 여러 이유다. 내란 극복의 선봉이고, 사법리스크가 풀렸고, 좌에서 중도보수까지 이념·연대 영토를 넓혔다. 그의 기치 ‘회복과 성장’, ‘AI 기본사회’, ‘민주주의·문화·과학기술 강국’도 다 윤석열을 넘자는 것이다.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먼 앞의 이재명을 쫓는 대선이 됐다.
정작, 이재명이 넘을 정치 허들은 따로 있다. ‘제왕의 공포’다. 189석 이끄는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행정·입법권을 쥐고 사법부 인사 몫도 크다.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방통위도 관장한다. 무엇도 할 수 있고, 못하게 할 수도 있는 자리다. 보수에선 앞질러 정치보복할 거라 공격한다. 시민이면, 물을 수 있는 말이다.
인수위 없이 국정 시작할 대선에서 이재명은 답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서, 이재명을 위해서, 약속대로 분권형 개헌 로드맵을 구속력있게 내놔야 한다. 다시 세울 정의는 내란·김건희·명태균·채해병 특검이면 족할 듯하다. 외과수술처럼 ‘윤석열들’을 싹 도려내고, 그걸 덮은 검경과 감사원은 단죄해야 한다. 어설픈 정치적 봉합이 통합은 아니다. 하나, 정치보복 소리 커진 2017년식 부처 적폐청산위 2탄은 없기 바란다. 그리고 또 하나 묻는다. 3년 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던 ‘7인회’식 선언은 이제 없어진 건가.
2022년 5월8일이다. 이재명은 계양산을 못잊을 게다. 대선 지고 60일째, 현관문을 4번째 나왔다는 그가 “나는 죄인”이라 했다. 그리고 말했다. “잘하기 경쟁을 하고 싶다.” 정치 복귀의 꿈과 이유로 삼은 열 글자다. 검찰의 집요한 칼끝과 윤석열의 영수회담 거절이 한스럽겠지만, 그도 되새길 말이다. 정치인은 초심 삼는 말이 있다. 내가 기억하고픈 이재명의 초심은 ‘잘하기 경쟁’이다. 그런 나라에선 여당복·야당복을 국민이 누리게 된다. 이재명은 호미질(성남시장)·쟁기질(경기지사)했고, 트랙터(대통령)를 몰고 싶다고 했다. 대선 목전, 야5당이 내놓은 교섭단체 요건 완화·결선투표제 공약은 좋았다. 다당제 정치개혁을 당길 것이다. 1등 주자 말은 무겁다. 약속은 담게 된다. ‘큰 정부’ 기치 든 이재명, 이제 ‘큰 정치’도 많아져야 한다.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