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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백기철 한겨레 편집인] ‘원칙 있는 패배’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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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2021-01-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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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형세로는 4월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는 어려워 보인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원칙 없이’ 패배하기보다는 ‘원칙 있게’ 지는 게 낫다. 그간 여러 선거에서 파죽지세로 이긴 만큼 이번엔 질 때도 됐다. 승패를 떠나 명징한 정책과 인물로 임해 이후를 기약해야 한다.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아등바등하다간 더 큰 전쟁에서 패하기 십상이다.

백기철 ㅣ 편집인

연말연초를 지나면서 민심의 풍향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 1일 보도된 <한겨레>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심판론’(49.5%)이 ‘개혁완수론’(36.7%)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이는 1년 전과는 정반대의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역시 39.4%로 40%대를 밑돌았다. 한마디로 민심의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지지율로만 보면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나쁜 편은 아니다. 그간 5년차 초반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30%를 한참 밑돌거나 턱걸이하는 수준이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지방선거와 총선이라는 큰 선거에서 연달아 압승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을 안이하게 볼 일은 아니다.

최근 흐름은 촛불로 들어선 문 대통령도 결국 역대 대통령들이 겪었던 ‘5년 단임의 함정’에 빠져들지 말지의 기로에 섰음을 보여준다. ‘촛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좌절과 이탈이 상당하지만 그럴수록 촛불의 대의를 붙잡고 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강원도 원주역에서 열린 KTX 이음 개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강원도 원주역에서 열린 KTX 이음 개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냐며 다 망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건 보고 싶은 대로만 현실을 보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던 보수 언론이 이제 와서 노무현 때를 좋았던 시절처럼 묘사하는 건 참으로 이중적이다. 노무현이 고립무원으로 빠져들었던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굳이 말하면 지금은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아니라 예전에 경험한 듯한 위기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대연정’으로 발목이 잡혔다면 문 대통령은 ‘부동산+윤석열’로 암초를 만난 꼴이다. 이런 형세라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선거를 이제까지를 돌아보고 심기일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첫째, 4월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마음을 비우는 게 좋다. 노무현 대통령 말대로, ‘원칙 없이’ 패배하기보다는 ‘원칙 있게’ 지는 게 낫다. 그간 여러 차례 선거에서 파죽지세로 이긴 만큼 이번엔 질 때도 됐다. 승패를 떠나 제대로 성찰하면서 명징한 정책과 인물로 이후를 기약해야 한다.

패배를 당연시하고 깨끗이 물러나란 말이 아니다. 서울시는 부동산, 청년, 젠더, 지방분권,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주요 정책의 본산이다. 승패를 떠나 정책을 재조정하고 대선까지 염두에 둔 집권플랜을 다시 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아등바등하다간 더 큰 전쟁에서 패하기 십상이다. 반성적 기조 위에서 정책과 인물을 촛불에 비추어 새롭게 짜야 한다.

둘째, 원칙 있는 협치로 가야 한다. 민주당은 그간 ‘180석의 함정’에 빠져 과도하게 달려온 것 아닌가. 국민의힘이 예산 등 몇몇 사안에서 협조하는 듯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결정적 국면에 발목을 잡는 상황에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혼자 갈 수는 없다. 원칙을 견지하되 최대한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역시 국면 전환을 위한 타협이 아니라 ‘원칙 있는 관용, 통합을 위한 용기’에 기반해야 한다. 180석 대승을 거둔 총선 직후에 당사자들의 반성을 전제로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게 나았을 텐데 지금은 선거 책략이란 인상이 짙다. 노무현의 대연정 수준은 아니더라도 또다른 적전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 신중하고 원칙에 입각해 접근하는 게 낫다.

다만 이·박 사면론 자체를 아주 황당한 얘기로만 치부할 건 아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생각해볼 대목들이 분명 있다.

셋째, 한국 정치의 근간, 펀더멘털을 좀더 고민했으면 한다. 5년 단임 대통령들이 임기 말 어려움을 겪는 건 리더십과 정치제도 양 측면에 모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하다가 매번 같은 어려움을 겪으며 허탈해하는 건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세상은 너무 복잡해져서 대통령 혼자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분권과 책임 공유의 정치구조가 필요하다.

내년 대선 이후에도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는 2년 더 유지된다. 만약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민주당의 강력한 비토에 직면할 수 있다.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아도 지금 같은 밀어붙이기로는 곤란하다.

코로나 와중이지만 정치의 틀과 구조에 대해서도 고민했으면 한다. 국회에서는 그간 대통령 중임제, 책임총리제 등의 분권 장치에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있었다. 내년 대선 전까지 어렵다면 그 이후라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대선 과정에서 차분히 공론을 모아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7208.html#csidx430028d9109d00682e1dbff87e4e434 onebyone.gif?action_id=430028d9109d00682e1dbff87e4e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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