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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지금 스페인을 보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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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180회 작성일 2011-06-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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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한국이 소득 3만~4만달러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거쳐야 할 정거장이다. 인구는 4600만명으로 남한보다 적지만 1인당 GDP는 약 3만달러, 경제 규모는 세계 9위로 한국보다 6계단 앞선 나라다.



스페인 국민소득은 2007년 이탈리아를 제쳤고 곧 프랑스 독일을 이겨 다시 유럽을 제패할 것이란 꿈에 부풀었다. 이듬해 금융위기는 모든 걸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현재는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청년실업률이 45%, 나라 전체로는 21%에 달한다. 마드리드 태양광장은 성난 청년 수십 만명이 촛불시위로 점령했다.



그 잘나가던 스페인이 왜?



한국이 정쟁(政爭)에 넋이 빠져 자칫 스페인 짝이 나지 않나 싶어 여러 채널을 통해 자료를 구해본즉 몇 가지는 스페인과 놀랍게도 닮은 꼴이었다. 스페인은 근래 4가지 실수로 넘어졌다. 부동산 투기와 저축은행 부실, 엉터리 지방정책, 고임금과 제조업 부실화, 정부나 가계가 빚으로 흥청망청 쓴 것 등이다.



첫째, 부동산 투기붐(2006년) 이후 저축은행들의 융자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해 시중은행을 능가했다. 45개 저축은행 중 28곳이 망했으나 끝이 보이질 않는다.



둘째, 지방정부 돈잔치에 제동을 못 거는 나라다. 1978년 헌법을 개정해 의료 교육기능을 지방에 넘겼다. 그 결과 재정지출의 49.6%가 지방에 배정되고 중앙은 21%를 쓴다. \"긴축 좀 하라\"며 지방정부에 당부해도 통하지 않는다.



셋째, 금융위기가 닥치자 사파테로 총리는 연금법을 바꿔 마구 퍼줬다. 작년 실업수당은 306억유로, 금융위기 전 128억유로에 비하면 포퓰리즘을 그려놓은 듯하다.



넷째, 국가ㆍ가계부채 비율이 한국보다 각각 50~100%포인트 높다.



이런 부적절한 정책들, 그리고 나쁜 리더십은 큰 나라를 10년 만에 넘어뜨렸다. 저축은행 부실과 지방에 돈 퍼붓기, 비정규직 급증 추세는 한국이 어찌 그리 닮아가는지 모르겠다.



스페인 기업 중 브랜드가 세계에 알려진 곳은 자라(Zaraㆍ세계 50위)뿐인데 중저가 의류로 돈벌이는 별로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제조업체는 없다. 한국 제조업의 GDP 비중은 27.5%, 스페인은 14.3%로 약 반 토막이다. 설상가상 유로존에 들어가면서 통화가치가 상승해 95년 이후 실질임금이 35% 이상 상승해 유럽 1위였다.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마이너스이고 GDP 성장은 2년 연속 제자리다. 스페인의 효자산업은 관광업(세계 2위)과 건설업 같은 것인데 붐이 꺼지면 손님이 없다.



2011년 상반기를 얼추 넘기는 이 시점. 세계에서 가장 금빛 번쩍이는 곳은 호주다. 그리스 스페인은 비탄에 잠겨 있고 한국은 복(福)을 간수 못하는 것 같다.



집권여당은 4ㆍ27 재보궐 패배 후 자본주의, 사회주의도 구분 못하는 프레임(frame) 함정에 빠져드는 게 분명하다. 반값 등록금, 동반성장 등은 뜻은 좋지만 세밀한 준비가 안돼 삐걱거린다. 공짜는 복지가 아니며 일자리와 임금이 진짜 복지다. 세계의 창에 비친 한국의 가치는 성장, 일자리, 창업, 일등국가 지향 그런 것이었다. 지금 그런 것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청와대가 공정사회를 추구하는 것도 시류에 맞다지만 자유와 재산권 보호, 준법정신이 상위개념이어야 맞다. 그런 가치를 지키다가 선거에 패한다면 국민은 더 좋게 볼 것이다.



박근혜, 손학규, 오세훈 같은 주자는 스페인이 지방비대증으로 멍든 것을 특히 연구하기 바란다. \"한국은 현재가 상투\"라는 말이 종종 들려 가슴이 철렁하다. 스페인이 420년 만에 부활하다가 꺾인 이유는 경제적 포퓰리즘 때문이다. 이솝우화에서 공작 깃털로 장식한 까마귀는 미조(美鳥)경연대회에서 들켰다. 당의 가치를 잊고 남의 깃털로 장식하고 나온다고 표를 줄 만큼 국민 수준이 낮지 않다.



[김세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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