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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3.26] 3차대전은 경제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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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941회 작성일 2014-03-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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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크리미아를 총 한 방 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 빼앗았다. 미국 독일 등 서방이 엄포를 놓았으나 푸틴은 군사력을 동원할 수 없는 약점을 알아차렸다. 미국은 과거 10년간 아프간, 이라크 전쟁을 치르느라 줄잡아 6조달러를 퍼부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이 약화되고 국민은 전쟁 피로증에 시달린다. 시리아 사태로 10만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미국은 군사 개입을 못하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느낌이다. 그래서 1차대전 시 고립을 택한 신(新) 먼로주의라는 핀잔을 듣는다.



파리드 자카리아가 2008년 `흔들리는 세계의 축`이라는 저술에서 국방비 기준 세계 2~50위 국가를 합쳐도 미국보다 적다고 했는데 최근 통계를 보면 2~17위 국가를 합치면 미국보다 많아졌다. 미국의 GDP는 2차대전 후 전 세계 40%에서 금세기 들어 25%로 줄다가 이제는 19%쯤으로 20%대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미국은 G1체제, 중국과 G2체제라는 정치용어가 개발되더니 최근엔 G0시대가 되고 말았다. GDP와 군사력에서 압도적 1위국, 즉 1국체제는 맛이 갔다는 것이다. 푸틴은 그러한 미국의 약점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이번 크리미아 사태에 마음껏 농락하는 영악함을 드러냈다. 러시아계가 60%나 되는 크림자치공화국에서 복속 국가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하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를 무시했고, 투표 후 러시아 합병을 서두르지 말라고 했지만 뚝딱 해치웠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경제 제재뿐이다. 2008년 러시아는 조지아(그루지야) 사태 때 남오세티야를 일시 점령했다가 서방의 금융 제재에 항복해 물러난 전례가 있다. 당시는 금융위기라 다급한 러시아가 손을 들었다. 그런데 지난주 푸틴의 은행이라는 `로시야(Rossiya)은행`과 은행장 코발축을 제재한다고 발표하자 푸틴은 TV에 출연해 \"나는 로시야은행 계좌가 없다. 내일 하나 개설해야겠다\"고 또 한 번 오바마를 조롱했다. 푸틴의 직계 20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도 소용없는 듯하다. 그런데 러시아는 주가가 3% 하락하고 루블화는 0.5% 떨어져 뒤가 켕길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세계질서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는 리더(國)가 사라진 세상에 `G제로의 세계`라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이언 브레머 교수다. 그는 신냉전시대에는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들이 출격해 전투를 벌이는 세상이 아니라 시장접근과 투자, 통화가치와 같은 경제적 요소들이라고 추론한다. 1차대전 100년 만의 대치는 군인의 생명 대신 경제적 궁핍이다. 서방과 러시아가 편을 짜고 한판 붙는 전쟁, 차수(次數)를 붙이면 3차대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헤이그에서 만난 G7 정상들은 우선 러시아를 15년 만에 G8그룹에서 축출했다. 6월 소치에서 만나기로 한 G8모임을 없애고 브뤼셀에서 G7만 모이기로 한 것. 월가의 저승사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신용등급을 낮추는 공격을 감행했다. 서방 은행들은 최근 러시아에서 700억달러(약 75조원)의 외환을 빼내 돈줄을 죄고 나섰다. 푸틴이나 러시아가 연루된 조세피난처, 에너지 회사들을 이 잡듯 뒤질 것이다. 스위스의 군보르(Gunbor)가 그런 케이스에 걸렸다.



러시아가 석유, 천연가스, 원자재, 곡물가가 상승해 국고가 넘쳐 흐른다면 푸틴은 계속 떵떵거릴 것이다. 그런데 힘든 시간이 길어지면 \"차르(tsarㆍ황제)는 물러가라\"는 역사가 반복될 것이다. 경제전쟁 시대의 승자의 조건은 국가 운영을 분수를 지켜 하라는 게 이언 브레머의 충고다. 재정적자, 국가와 가계부채, 산업의 활력 이런 것들이다. 무역협정, 외교정책 등도 포함된다. 최근 필생의 회고록을 낸 앨런 그린스펀의 `지도와 영토`, 벤 버냉키의 결론도 같다. 경제전쟁은 꼭 외부와만 치르는 것은 아니다. 규제혁파야말로 전쟁이란 이름을 붙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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