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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1.8] 김우중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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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655회 작성일 2013-11-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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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뒤집어 말하면 마땅히 내놓아야 할 것은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두환법에 이어 김우중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그들이 추징금으로 내야 할 재산을 숨겨놓고 호사롭게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데서 비롯됐다. 박근혜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의 일환이다.



법무부는 이름이 매우 긴 법, 즉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안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재판에 의해 추징을 판결한 미납금액이 25조4100억원이나 되는데 지금껏 추징 실적은 0.2%밖에 안된다. 분명히 친척이나 회사 경영 당시 임직원 명의로 돈을 숨겨놓고 호화생활을 하는데 현행법으로는 받아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버티면 된다는 생각, 추징금을 내는 사람이 바보라는 법 경시 사상이 판을 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수사와 추징금 징수상의 편의를 위해 이 법을 제정하게 됐다.`



이 정신은 실행상 허점만 없다면 대단히 정의로워 보인다. 사실 거액을 국가에 납부해야 하지만 본인 명의의 돈은 없고 처자식 재산을 숨겨 호의호식하는 왕년의 총수들이 꽤 있다. 이들에게 추징금을 받아내려면 현행 법은 숨겨놓은 재산을 본인 명의로 돌리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하여 승소해야 하는데 그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재산을 숨긴 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할 방법이 없었다는 검찰의 설명은 그리 엄살만은 아닌 것 같다. 국세청이나 금융기관에 협조를 당부하면 \"금융실명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상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온다는 게 검찰의 푸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우중법은 의심 가는 주변인물은 모두 뒤질 수 있는 초강력 파워다.



그러나 지연된 진실은 진실이 아니듯 늦게 도착한 정의 또한 불의(不義)의 모습일 수 있다. 너무 잘 드는 칼과 포퓰리즘적 상상은 항상 뒤탈을 낳는 게 역사의 경험이었으니까.



법무부는 이 법이 김우중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다. 김우중 한 사람만 치고 지나가면 일과성법이니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특수한 케이스를 일반화하여 법을 만들면 사건은 해결돼도 법은 괴물처럼 남아 배회하며 경제의 활력을 옭아맬 것이다.



이 법에 대해 재계나 전문가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몹시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기실 전두환법 통과 시에도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석연찮아 했다고 한다.



우선 소급입법에 대한 위헌 여부이다. 10~20년 동안 검찰이나 법원은 뭐하고 있다가 이제사 정의를 초대하는가. 한 가닥 매달린 논리는 헌재는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에 대해서는 `부진정소급효`를 인정해준 평결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법 제정은 1급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법 형식논리로서 김우중법은 이미 판결난 사건에 대한 집행상의 문제이다. 그런데 추징금을 받아내고자 제3자에게 은닉된 재산을 캐내기 위해 이들의 권익이 너무 쉽게 침해당한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도 매우 어정쩡하게 된다. 이 문제는 어쩔 것인가. 자고로 왕성하고 창의적으로 움직여야 할 경제인, 특히 기업인의 기(氣)를 꺾어 잘된 역사가 없다. 한국은 올 들어 경제민주화법, 그리고 총수 여럿에 대한 사법처리와 수사로 경제활력을 늦추는 사건들이 겹쳤다. 대우(大宇)인들은 세계경영연구회란 이름으로 미약하나마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이쪽 사람들은 17조9000억원이란 추징금 자체가 해외차입금 상환분을 한국에 외환거래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여 모조리 계상한 것이지, 횡령한 게 없다고 한다. 대법원도 그걸 인정하고 무리한 판결을 했다는 주장이다. 아니 그보다 원초적으로 DJ정권 때 꼭 대우그룹을 부도낸 게 옳았냐, 그 과정에 대한 총체적 리뷰를 주창할 태세다. 김우중법은 정의와 정합성을 가르는 시험지다.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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