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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칼럼/9.30] 공격수에서 수비수가 된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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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469회 작성일 2013-09-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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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24년밖에 안된 전교조… 그간 무엇을 잃고 얻었나

법외노조 위기 속 예전의 지지 세력은 어디에

밖을 공격하며 커온 전교조… 이젠 스스로를 공격할 때다




57904604.1.jpg\"심규선 논설위원실장




1986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오후, 신일고교 학생 수백 명이 운동장에서 시위를 벌인다는 제보를 받고 급히 달려갔지만 시위는 이미 끝물이었다. 그때 제일 높은 운동장 스탠드에 서서 얼마 남지 않은 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사람이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이날 시위는 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사람’, 나중에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는 이수호 씨다. 이 씨는 닷새 전 서울YMCA중등교육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교육민주화선언’을 주도했다. 교육 당국은 이 씨를 징계하라고 요구했으나 학교와 교사들은 거부했다. 학생들도 이에 호응해 스승의 날을 기념한 체육대회가 끝난 뒤 기습 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날 이후 이 씨가 걸어온 행적과 주장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날의 시위는 전교조 결성 전후, 교사와 학생 간의 교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중 하나였다.



전교조가 비상이다. 내달 23일까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바꾸지 않을 경우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고용노동부의 통보 때문이다. 전교조는 ‘법외노조’도 불사하겠다며 총력투쟁체제로 전환했다. 법리 논쟁은 시간이 지나면 결판날 일이고, 조직보호를 위한 방법은 그 조직이 선택하는 것이다. 내 관심은 따로 있다. 1989년 전교조 창립과 대량 해직, 1999년 합법화와 복직의 과정을 지켜봤던 기자로서 전교조가 어쩌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외로운 섬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전교조 결성을 꿈꿨던 교사들은 ‘무서웠다’. 그들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스러져가던 제자들의 죽음 앞에서 교장 교감, 문교부 관료, 대한교련(한국교총의 전신)을 ‘교육모리배’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참교육’을 외쳤다. ‘밥줄’을 끊는대도 굴하지 않았다. 비난받을 일탈도 종종 있었으나 명분에 묻혀 사라졌다. 아이들은 해직교사들을 붙잡고 울었고, 학부모들도 한숨으로 응원했다.



그 후 30년이 채 안됐다. 요즘 그들을 위해 울어줄 아이들은 있는가. 그들을 위해 박수쳐 줄 학부모들은 존재하는가. 호의적이었던 매스컴은 얼마나 남아있는가. 오히려 끈질기게 전교조 퇴출을 주장하는 학부모 모임이 생겨나고, 예전 전교조가 그랬던 것처럼 법까지 어겨가며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하려는 움직임은 무엇을 뜻하는가.



전교조는 그동안 3가지를 잃었다. 현장을 잃었다. 정작 중요한 학생과 학교는 뒷전에 두고 너무 밖으로 싸돌아 다녔다. 초심(初心)을 잃었다. 해직까지 각오하던 희생정신과 치열한 자기비판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지를 잃었다. 애써 전교조를 만든 1세대 선배들에게 죄스러운 일이다.



대신 3가지를 얻었다. 권력을 얻었다. 정치집단이 다 된 전교조는 여전히 ‘무서운’ 존재다. 안락을 얻었다. 법의 우산 밑으로 들어간 뒤 비 맞던 시절을 너무 쉽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불신을 얻었다. 전교조의 밥이었던 사람과 조직은 바뀌고 있는데, 오히려 그들의 각성을 촉구했던 전교조는 제 눈의 들보를 외면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위기는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 법외노조가 된다면 와해 속도는 더 빨라지겠지만, 이 문제가 혹 전교조의 뜻대로 해결된다고 해도 전교조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는다. 그 증거가 해마다 줄고 있는 조합원이다. 한때 10만 명 안팎이던 조합원은 요즘 6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단언컨대, 새내기 교사들이 가입하고 싶도록, 남의 탓만 하고 반대만 일삼는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어둡다. 전교조 초창기의 고양된 분위기를 경험했던 관찰자로서의 고언이다.



최근 일본교직원노동조합(일교조)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을 읽으며 한때 교장을 포함해 교직원 90% 이상이 가입했던 일교조가 가입률 28%대로 추락하기까지 그들이 벌여왔던 투쟁과 주장, 겪었던 사건들이 전교조의 그것과 너무 닮은 데 놀랐다. 학생 학력평가 반대, 교원 근무평정 반대, 편향교육 논란, 특정 정당과의 유착, 공산세계에 대한 침묵, 평화와 인권교육 강조…(‘일교조’ 모리구치 아키라·2010년·신초샤). 전교조보다 42년이나 먼저 결성된 일교조의 오늘이 전교조의 오늘과 비슷하다면 전교조의 추락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책 중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아무래도 (일교조를) 일본 교육을 망가뜨린 원흉이라고 부르기엔 박력이 너무 없다. 오히려 일교조 자체가 잘못된 조직이라고 하는 게 옳다는 느낌이 든다.” 전교조는 어떤가.



심규선 논설위원실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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