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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 면세店 없는 나라로 가야 한다

작성일 13-08-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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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입국장 면세점 不許\' 뒤에는 매출 감소 걱정하는 대기업 입김

\'외국 업체 카지노 안된다\' 決定은 경쟁자 개업 반대하는 집단 때문

공무원 위선적 애국심 따르기보다 국민 선입견 압도하는 결정 내려야







정부가 인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입국장에 면세점이 있으면 여행객들이 쇼핑하느라 입국이 늦어질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세금 담당 부서는 면세점 숫자가 늘면서 함께 줄어들 재정 수입을 따져봤을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논쟁에 과단성 있는 결정을 내린 듯 보인다.



기내 면세품 판매로 연간 수천억원씩 매출을 올리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백화점과 공항 출국장에서 수조원씩 면세품을 파는 롯데·신세계·신라호텔 같은 대기업들은 이번 결정에 만세를 불렀다. 입국장 면세점이 오픈하면 기내 판매나 출국장·백화점 면세점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의 뒷마당에는 이 기업들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일화가 막 떨어진 낙엽처럼 생생하게 굴러다닌다.



면세점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싱글벙글하는 것을 보면 면세점이 얼마나 실속 있는 노다지 사업인지 짐작할 것이다. 이번에도 인천공항공사가 입국장 면세점을 들고나온 것이 문제였다. 만약 정부가 재벌 기업에 입국장 면세점을 내주겠다고 했으면 너도나도 여행객 편의를 위해서는 입국장 면세점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논리로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큰손들의 파워가 정면충돌하는 판에서는 \'국민의 편의\'를 누가 더 위하는 척 잘 포장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60여 국가가 면세점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 공항에서 인천공항처럼 번쩍번쩍한 면세점을 구경한 일이 있는가. 면세점은 후진국형 점포다.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성공하는 사업이지 세율이 낮고 세금 종류가 적은 나라에서는 번성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위스키에 관세 20%, 주세(酒稅) 72%, 교육세 30%, 부가세 10% 등 세금을 얹고 또 얹고 있다. 담배와 화장품, 핸드백 같은 이름이 알려진 수입품마다 온갖 세금이 줄줄이 붙어 다닌다.



공무원들이 정말 국민 편의를 위한다면 면세점을 늘릴 게 아니라 집에서 가까운 쇼핑센터에서 갖고 싶은 수입품을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중산층 가정주부가 명품 핸드백을 동네 백화점에서 면세점과 엇비슷한 값에 살 수만 있다면 누가 핸드백 하나 사겠다고 공항 면세점에서 1시간을 서성이겠는가.



국가 지도자가 국민 행복을 들먹이려면 국민의 상식적 편견을 뛰어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외국산 화장품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면 매국(賣國)이라도 하는 것처럼 흥분하는 사고방식을 고쳐줘야 한다. 깨어 있는 지도자는 강남에 있는 수입 핸드백 매장이 큰돈을 벌었다고 배 아파하는 국민에게는 \"그 매장에서 월급을 받고 사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라고 일깨워줄 것이다.



카지노 사업 허가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회사가 영종도에 건설하겠다고 신청한 카지노를 허가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회사의 자금 형편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고, 국민 사행심을 조장할 것이라는 걱정도 내놓았다. 투자하겠다는 회사의 자금 사정을 왜 그 회사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더 걱정했을까. 자금이 부족하면 정부가 뒷돈을 대줘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도 가졌던 것일까.



알고 보면 카지노 불허(不許) 결정의 뒤에는 새로운 카지노 개업에 반대하는 거대한 이해 집단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공기업을 통해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특급 호텔에서 \'세븐럭\'이라고 광고하는 회사다. 이 공기업은 2011년 630억원, 2012년 1440억원 순익을 냈다. 다른 대기업 한 군데도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덕분에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카지노 회사가 권력 실세들의 지역구인 부산이나 김포에 신청했더라면 허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눈치 없이 인천 영종도를 들고 나와 좌절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카지노 좌절로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지는데도 외국 회사들에 \'자격 미달\' 판정을 내렸다. 국내 이해 집단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 없이 그저 외국 회사에 카지노를 허용하면 온 국민이 도박판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라도 할 듯이 설명한다.



싱가포르 지도자들은 바보여서 카지노 사업을 시작했을까. 그들은 카지노를 하면 호텔, 쇼핑, 컨벤션, 엔터테인먼트 같은 다른 부수(附隨) 사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강한 지도자는 국민의 선입견을 압도하는 결정을 내리지만, 그렇지 않은 지도자는 공무원의 위선적 애국심을 존중한다. 공무원과 정치인들 뒤에 끈끈한 로비의 손길이 휘감고 도는 것을 보지 못한다.



열려 있는 지도자라면 \"카지노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쇳가루 공해가 무서워 철강 공장을 짓지 않는 것과 같다\"며 \'카지노 알레르기\'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카지노의 부작용을 제어할 수 없는 나라라면 선진국이 될 자격도 없다. 우리 경제는 공항 면세점을 놓고 다투고 카지노를 망국(亡國)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그 선(線)에 딱 멈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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