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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7.27] 경제회생 열쇠, 경제부처 바깥에 있다

작성일 13-07-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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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금리 인하, 투자 촉진 등 경제살리기 정책 도구 한계 도달

\'非경제부처의 간섭·개입 더 심해\' 민간기업 對官 담당들 불만 토로

켜켜이 쌓인 규제가 경제회생 방해… 경제부처만 타박해선 출구 없어





송희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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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마다 관청 담당 부서를 두고 있다. 정부 부처를 출입하며 공무원들과 접촉하는 기업체 임원·간부들은 대개 장수한다. 관청 담당은 다른 간부들이 맡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남이 피하는 자리라서 장수하는 것은 아니다. \'관돌이(관청 담당)\' \'민간 공돌이(공무원 담당 회사원)\'로 통하는 그들은 그들 나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관돌이\'들의 전문성은 술과 골프 접대 솜씨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언어, 관청 언어를 정확히 해독하는 일이 전문성의 핵심 중 하나다. \"이번에 과장님께서 러시아 출장을 갑니다. 알아서 좀 부탁합니다.\" 사무관으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고 나면 그들은 곧바로 준비에 들어간다.



여기서 키워드는 \'알아서\'다. \'알아서\'라는 모호함을 뛰어넘어 당사자가 환대받은 기분이 나도록 모셔야 한다. 현지 책임자가 과장을 마중하러 직접 공항까지 나가야 할지, 여비를 얼마나 보태줘야 할지, 출장지의 저녁 식사와 2차 장소는 어느 선에서 해야 할지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기껏 대접하고 뒤탈이 나면 공들인 투자가 단번에 증발해버린다. 뒷말 나지 않도록 직원들 입단속을 시키는 것은 필수다. 출장에서 돌아오면 흡족했는지 사후 체크도 빠뜨려선 안 된다.



\'눈치껏\'도 대관(對官) 담당들이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단어다. 시장·군수가 관내 기업인들과 소통하겠다며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치자. 모처럼 터놓고 기업 애로를 터놓고 말할 기회가 왔다고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아야 한다. 공무원과 관청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그대로 말했다가는 뒷감당하기 힘든 부스럼이 생긴다. 소량(少量)의 비판적 견해를 섞어 \'솔직한 소통의 자리\'를 포장해주면서 새 시장이 취임한 후 뭔가 좋아졌다고 치켜세워야 한다. 비판과 아부의 혼합 비율을 잘못 가져가면 \'눈치껏 처신 못 하는 인간\'으로 기피 인물이 되고 만다.



요즘 \'민간 공돌이\'들이 언론에 부탁하는 말이 있다. 경제 부처를 너무 혹독하게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같은 핵심 경제 부처는 그래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열린 자세로 기업 의견을 듣고 정책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일도 잦아졌다고 평가한다. 그런데도 언론이 정작 비판해야 할 부처들을 제쳐두고 경제 부처에 뭇매를 때리는 것을 보면 안쓰러운 기분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고용노동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만나면 어떻게 저 사람들이 똑같은 고시에 합격했다는 건지 의문부터 듭니다.\" 공무원 시험에 함께 합격한 시험 동기 공무원들이라도 소속 부처에 따라 품질이 다르다고 했다. 어느 조직에서 일했느냐에 따라 엇비슷했던 동기생의 능력도 다르게 변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경제 부처와 비(非)경제 부처 간 격차는 우리 산업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의료 분야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몰려갔지만 삼성전자 같은 의료 법인은 탄생하지 못했다. 세계 대학에서 차지하는 서울대의 랭킹이 해마다 오른다 한들 현대자동차 같은 경쟁력을 갖춘 학문 분야가 나오려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아직 모른다. 비경제 부처들이 관장하는 노동, 복지, 교육, 의료, 문화의 경쟁력은 우리 제조업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 회복을 원한다면 주저 없이 도전해야 할 분야가 바로 이곳이다. 사실 경제 부처들이 맡고 있는 경제정책 도구들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부닥쳤다. 예산을 풀고 금리를 내려 경기를 띄우는 부양책도 한두 번 써먹으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투자 촉진책도 제조업 분야에선 거의 종착역에 도달했다. 경제 부처들이 자기 손과 발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힘은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새로운 투자 붐이 경제 부처 밖에서 불타올라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분야일수록 공무원들의 권한 행사가 투박하다. 어느 관청 담당 대기업 임원은 \"또 다른 대한민국 정부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서비스업의 규제가 제조업의 2배라는 통계로 볼 때 비경제 부처들의 간섭과 개입 강도는 경제 부처보다 몇 배 강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비경제 부처 공무원들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느라 부산을 떤다. \'이런 게 있었나\'고 할 만한 것들까지 새 정책인 것처럼 내놓는 것을 보면 규제가 켜켜이 쌓여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경제 회생에는 독약이 되는 줄도 모르고 있다.



비경제 부처 공무원들에게 \'눈치껏\' \'알아서\' 규제를 풀라고 해봤자 듣는 척도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때로는 파격 인사로 충격을 주면서 과거 60년 이상 고집스럽게 지켜온 정책의 틀을 깨뜨려야 한다. 경제 부처만 타박해선 출구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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