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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7.13] '손톱 밑 가시 빼기'로는 턱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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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19회 작성일 2013-07-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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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활성화 입에 올린 朴 대통령, 기업들 사안별로 규제 완화 요구

우리 사회 규제는 \'거대 岩盤\' 수준… 건건이 풀어선 성장에 도움 안돼

모든 분야 직업 \'철밥통\' 지키기… 작은 것 집착말고 \'큰 바위\' 깨야






송희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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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기업 투자를 부추기는 데 팔을 걷어붙일 기세다. 1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삼성·현대자동차·GS·한화그룹이 낸 투자 계획 5건을 승인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제도 더 풀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민주화 입법도 대충 마무리됐다. 재벌 총수도 1명 감옥에 집어넣었다. 이만하면 대기업 오너들이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했을 것이라 보고 이제 국면을 전환하는 것일까. 어쨌든 경제가 대통령 시야의 중심 초점에 들어간 것만은 반가운 일이다.



대통령이 투자 활성화를 외치면 측근 실세들은 재계와 소통을 앞세워 기업인들을 대놓고 만날 것이다. 대기업의 민원을 협의하는 접촉도 빈번해질 것이다. 이렇게라도 경기가 풀린다면 권력과 재벌의 음험한 만남을 막을 일은 아니다. 권력 실세와 공무원들이 접대를 받고 뒷돈 좀 챙기더라도 경제가 좋아진다면 누군가에게는 단비가 내린다. 손톱 밑 가시 하나 빼줄 때마다 수억원을 챙긴다 해도 들키지만 말고 잘 해보라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방향은 알고 가야 한다. 우리 경제는 기업의 투자 민원을 하나하나 해결해주는 방식으로는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지난 20년 사이 증명됐다. 전봇대 몇 개 뽑고 가시 몇 십 개 빼준다고 돌아가는 경제가 아닌 것이다.



기업들이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행정 규제 때문에 공장을 해외로 옮긴다는 불만이 재계에서 쏟아졌다. 역대 대통령들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개별 심사했다.



기업들이 투자 신청서를 제출하면 공무원은 먼저 줄을 세운다. 회사가 밉보인 경우엔 서류도 내지 못하게 담당 공무원이 행정 지도를 한다. 서류를 낸 곳 중에서도 앞뒤 순서를 바꾼다. 이런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권한 행사를 통해 술과 골프를 맛보고 지역구 의원들은 후원자를 늘린다. 취직 민원을 해결하기도 한다. 새로 정권을 쥔 실세들은 가장 진한 꿀맛을 즐긴다. 이것이 기업의 투자를 건건이 처리하면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잔치다.



권력 핵심에서 먼 거리에 있는 회사들은 법에 막히고 공무원들의 불편한 심기에 걸려 좌절하거나 아니면 \'재벌 특혜\'라는 국민 정서법에 걸려 인가 도장을 받지 못했다. 권력층과 가까운 회사들은 법을 여럿 바꿔서라도 투자 허가를 받아냈다. 역대 정권이 대기업들에 규제를 해제해줬으나 대기업의 고용은 지난 10년 이상 늘지 않거나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정치인과 관료들은 왜 기업의 투자 민원을 따로따로 처리하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거기에 후원금이 있고 접대가 따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를 다시 한 번 도약시키겠다면 손톱 밑 가시를 한둘 제거해주는 규제 완화 방식에서 졸업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억누르고 있는 규제는 거대한 암반(岩盤)과 같다. 못 하나 잘못 박혀 기업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단계는 지났다.



정규직이라는 암반에 손을 대지 않은 채 800만 비정규직을 빈곤 상태에서 구제할 길은 없다. 농업은 농민만의 것이라는 전제를 깨지 않으면 기업들이 첨단 농업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돈을 집어넣을 리 없다. 외국 회사가 운영하는 카지노는 국민 사행심을 조장하고 정부가 운영하는 카지노는 괜찮다는 오래 묵은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자리가 새로 나올 턱이 없다.



우리나라에선 법정 변론도 변호사가 독점하는 업무이고 병원도 의사만 경영할 수 있다. 종교인도 자기 고유 영토에 금을 긋고 그 안에서 세금 감면 혜택을 즐겼다. 건국 이래 65년 동안 모든 분야, 모든 직업인이 철밥통을 지키려고 높은 벽을 쌓아왔다. 이질 분자(分子)가 자기 영역에 침범하면 집단행동으로 저항하는 광경을 우리는 수없이 보았다.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는 식의 규제 완화에는 맛있는 떡고물이 떨어진다. 반면 암반처럼 무겁고 두꺼운 밑동 규제를 푸는 일은 이익집단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인들이 어떤 규제 완화를 선택할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일본의 정치인들도 이익집단과 씨름하기보다는 규제 완화 민원을 사안별로 해결해주거나 특구(特區)를 만들어 특정 지역에서만 규제를 풀어주는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다 성장을 짓누르는 암반 규제를 깨지 못한 채 20년 세월을 불황으로 지새웠다.



우리가 마주친 저성장 국면은 가시 몇 개가 문제가 아니라 근육이 위축되고 뼈가 오그라들고 있는 상태다. 가시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반창고 붙이는 것으로 성장 열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조그만 규제 여럿 푸는 데 집착하지 말고 규제의 큰 바윗덩어리를 폭파해야 투자의 불꽃이 폭죽 터지듯 폭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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