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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7.1] 경제팀의 시계는 고장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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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37회 작성일 2013-07-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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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기업 달래는 경제부총리, 경제민주화 속도조절 시기 놓쳐 과거로 회귀하는 금융위원장

국민 안중에 없고 권한 키우기만

금리인하 압력 넣은 靑 경제수석 \'좋은 官治\' 운운 아무 때나 나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요즘 행적을 살펴보자. 지난주에는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등을 불러 모아 놓고 법 집행 과정에서 기업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경제 민주화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주 들어서는 경제 단체장들과 만나 투자를 늘려달라고 부탁했다. 국세청장과 관세청장은 이 자리에도 배석했다.



그가 경제팀의 팀장이 되기 전에 맡았던 자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었다. KDI는 설립 이후 40년 동안 우리 경제의 동향을 가장 민감하게 점검해온 기관이다. 그런 연구원을 이끌면서 밑바닥 경기의 실상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경기를 살리는 일이 급한 것인지, 경제 민주화가 더 급한 것인지도 몰랐을 턱이 없다. 이런 기초적인 우선순위를 몰랐다면 그의 경제학 박사 학위나 40년에 이르는 경제 관료 이력은 다 헛것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 부총리 입에서 경제 민주화 속도 조절론이 등장한 것은 새 정부 출범 넉 달 만이다. 기업 의욕은 검찰, 국세청,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가 휘두른 칼에 이미 상처를 입었다. \'경민탕(경제 민주화라는 음식)\' 뒷맛이 쓰다는 불평이 나온 지 여러 달이 됐다. 이제야 경제팀장이 기업 달래기에 나섰다. 경제 단체장들 앞에 국세청장·관세청장을 앉혀놓고 \"이 사람들이 당신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듯하다. 이미 세무서마다 세금 징수 목표액을 채우려고 관내 기업을 다 뒤집어놓은 후에야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경기부터 살려놓고 경제 민주화 작업은 차근차근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정부 안팎에서 공개적으로 발신했어야 했다. 뒤늦게 경제 민주화 속도 조절론을 내밀다 보니 경제 민주화는 포기하는 거냐는 핀잔만 듣게 됐다. 부총리의 시계는 정말 느리게 돌아가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시곗바늘은 거꾸로 돌고 있다. 신 위원장은 여전히 30년 전 재무부가 세상을 호령하던 시절이 그리운 모양이다. 금융 소비자 보호 조직을 금융위원회 손아귀에 두겠다고 했다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뒤로 물러섰다. 금융감독원의 권한까지 자기 조직 아래로 더 챙겨 가려다가 들통이 났다.



예금자들이 불량 금융 상품에 속아 지갑을 털린 사건들을 신 위원장이 몰랐을 턱이 없다. 저축은행에서 당한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고 은행과 외환 거래를 했다가 원금을 잃은 기업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신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의 권력을 키우는 데 열중했다. 국민의 권리는 관심 밖이다. 그는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경제 관료들이 하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권한 강화 구상을 \'금융 감독 체계 선진화\'라고 포장한 후 들러리 전문가들을 앞세워 그것이 최근 선진국들의 흐름인 듯 내놓는 수법도 그때 그 시절과 똑같다.



그는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면서 \'창조 금융\'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가 \'창조\'에 그토록 매료됐다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 기관으로 따로 세우고, 업무가 중복돼 있어 하루가 멀다 하고 권한 다툼을 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아무 때나 울리는 뻐꾸기시계다. 그는 4월 초 한국은행을 향해 금리를 내리라고 드러내놓고 압력을 넣었다. 그게 대통령의 뜻이고, 한은 총재가 중도 퇴진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처신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한국은행이 내키지 않은 금리 인하를 단행한 지 고작 한 달여 만에 미국이 금융 완화 정책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조 수석은 이번엔 금리를 서둘러 올리라고 닦달할 것인가.



조 수석의 뻐꾸기시계는 \"좋은 관치(官治)도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을 때 최고조의 울림을 만들었다. 관료 출신들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꿰찬 직후였다. 금융회사가 크려면 일부러라도 관치를 받는 것이 좋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관료 출신을 중용하는 것을 보고서 관치를 찬양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경제팀은 하반기 중 경기가 풀려 올해 성장률이 당초 2.3%에서 2.7%로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치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듯하다. 2.3%가 2.7%로 변해도 \'숨통이 트였다\'며 허리를 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제팀의 판단력에 고장이 나 있어도 우리 경제에 내재하는 자생력(自生力)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경기는 언젠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다. 경제팀이 이런데도 우리 경제가 활기를 되찾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한강의 기적\'을 또 한 번 이루는 쾌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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