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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 부모가 공무원 시험 권하는 나라엔 벤처가 설 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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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92회 작성일 2013-05-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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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나와 대기업 금융사 대신 창업에 나선 美 벤처 기업가들… 미국 경제 회복 주도한 세력

美는 초등생 자녀에도 투자 권유

안전하게만 키우려는 한국 부모 \'벤처 본능\' 정부가 못 길러내



미국 경제가 다시 피어오른다는 소식이다. 5년 밀고 오던 금융 완화 정책도 드디어 퇴로를 찾는 논쟁이 시작됐다. TV 화면에 등장하는 미국 기업인이나 평론가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유명 투자자 워런 버핏은 2008년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동안 배당금만 16억달러를 받았다. 그가 챙긴 배당금은 골드만삭스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위험 경고를 거부하는 쪽에 걸었던 도박에서 얻은 로또 상금이다.



미국 정부도 망해가던 보험회사 AIG에 200조원(1823억달러)이 넘는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사상 최대의 세금 투하에 말도 많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AIG 주식을 조금씩 처분해 투자 원금을 이미 회수했다. 연말까지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수익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때 부실 은행들에 세금을 7000억달러나 특혜 지원한다는 비판에 시달렸으나 결국 남는 장사로 끝날 듯하다. 한국 정부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 세금 168조원을 구제금융으로 썼다가 60% 남짓 회수하는 데 머물렀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비결을 저금리 정책과 금융 완화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기술 개발 덕분에 미국 땅 밑에서는 엄청난 원유와 가스(셰일오일·셰일가스)가 생산돼 원유 가격이 안정됐다. 임금 상승 추세가 크게 꺾여 제조업이 되살아나는 단초를 제공한 것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장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일본 기자가 미국 경제 회복을 주도한 것은 어떤 산업이냐고 물었더니 \'벤처기업가들\'이라고 했다. MBA 출신들이 대형 금융회사나 대기업에 취업하기보다는 자기 회사를 창업하는 붐이 일어나 경기 회복이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젊은이들이 불황을 겪으며 안락한 피난처를 찾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 힘으로 큰돈을 벌 기회를 잡으려고 시도했다는 말이다.



월스트리트에서 큰돈을 번 사람 중엔 \'퀀츠(Quants·Quantitatives의 줄임말)\'로 불리는 부류가 있다. 주식·채권·환율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연구해 새로운 투자 모델을 개발하고 금융 파생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을 맡은 직업인이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단지 수학이나 물리학 이론만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퀀츠는 수학 천재이자 도박사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체스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냈다거나 동네 도박판에서 판돈을 휩쓸어버린 일화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대학 시절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로 도박사들과 승부를 펼쳤다는 이력도 공유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한몫을 잡는 동물적 금전(金錢) 감각이 그들의 세포 속에 깊숙이 내장돼 있는 듯이 보인다.



인류 역사에서 사업 수완이 좋은 것으로 이름을 남긴 민족이 적지 않았지만 타고난 장사꾼 인종(人種)은 없었다. 페니키아 상인부터 아랍인·중국인·유태인이 무역이나 금융에서 한 시절 탁월한 재능을 뽐냈으나 그들의 두뇌 세포에 별다른 DNA가 각인돼 있지는 않았다. 기독교가 고리(高利)대금업이나 이자를 통제하자 유태인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금융업으로 생존 법칙을 체득했을 뿐이다. 실크로드를 통한 육상 무역에 집착하던 중국 상인들은 유럽인이 해상 무역 루트를 개척한 후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인들의 창업 본능도 시대와 사회가 만들어낸 산물이지 유전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부모는 초등학생에게도 주식 투자를 권하며 몇천달러를 쉽게 쥐여준다. 동네 초등학교 주식 투자 클럽끼리 수익률 높이기 시합도 벌이곤 한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한국 부모들이 아스팔트 깔린 안전한 도로를 골라 가라며 키워낸 자녀들과 다른 인생을 설계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회사를 차렸다가 접어버린 경험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다. 무너졌던 기업인이 회생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그들에게 실패한 경험은 인생의 전과(前科)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이력이다. 회사가 망하면 창업자 인생도 그걸로 끝장나는 우리와는 다른 생각이 그들의 창업 의욕을 끝없이 자극하고 있다.



한때 사회적 기업 창업 붐이 청년층에게 휘몰아치더니 정부 자금 공급이 줄어들면서 풀썩 주저앉았다. 요즘에는 온갖 협동조합이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여기저기 설립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엔 벤처 창업에도 몇조원을 집어넣고 세금도 탕감해주겠다고 한다. 주인 없는 정부 돈을 삼키려고 사이비 벤처기업들이 떠올랐다가 곧 비누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부모가 아들딸에게 공무원이나 재벌 기업 취직을 권하는 나라에선 정치의 힘이나 정부의 돈으로 \'벤처 본능(本能)\'을 억지로 길러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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