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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5.2] 차기 은행 회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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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428회 작성일 2013-05-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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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ㆍ이팔성 회장이 거취를 결정함으로써 차기 KB지주ㆍ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어떤 인물이 들어서느냐가 향후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한국판 샌디 웨일, 제이미 다이먼 같은 인물을 내세운다면 금융의 삼성전자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박근혜정부가 금융을 너무 홀대한다고 한다.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발탁과 관련해 국내외 금융계가 적잖은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한국의 참패, 일본의 승리로 결판이 난 터키 원전 수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20억달러가 넘는 공사 수주는 금융에서 판이 갈렸다. 터키 측은 금융을 융통해 원전을 짓고 나서 전력요금을 받아 원전 건설 자금을 뽑아가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실로 척박한 주문이었다. 한국컨소시엄은 조달금리를 7%로 제시했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써서 낮춰본 게 5.3%였다고 한다. 반면 일본은 1.0% 선을 제시했다. 이것이 일본 금융기관의 실력이었다. 국가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한 중국은 심지어 0.9% 이하로 밀었다고 한다.



금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부 창출도, 좋은 일자리도 만들기 어려운 세상임을 실감나게 하는 사례다. 이제 중동 아프리카 베트남 등 수주전에서 한국 업체들은 일본은행들의 도움을 받아 수주전에 참여한다. 한국의 금융은 월(越)의 구천(句踐)처럼 와신상담해야 한다.



대통령과 친분을 밑천으로 들어온 사천왕(四天王)들이 물러나는 자리에 제대로 된 회장을 뽑아 올려야 한다. 적합한 인물이 은행 회장 자리에 올라 앞으로 5년, 10년 담금질하면 ’제2 터키대전’에서 경쟁국을 제칠 발판이 될 것이다. 이는 수만 명을 고용하고 수십억 달러 국부를 창출하는 밑천이 될 것이다.



전직 은행 회장, 외국계 금융 대표, 학자들에게 두루 금융지주 회장의 조건을 청문해 봤다. 그들이 주문한 핵심은 대략 세 가지였다. 첫째, 금융의 상승기(up)와 하강기(down)를 모두 경험해 본 개인적 자질을 갖춘 금융인 가운데 골라라. 둘째, 세계 흐름을 꿰뚫고 있는 글로벌 시각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셋째, 가급적이면 60세를 넘지 않은 영 제너레이션(Young Generation)이면 좋겠다. 세계 1, 2위 금융을 호령하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은 57세, 씨티그룹의 전 CEO 비크람 팬디트는 51세의 인도 출신, 현 CEO 마이클 코뱃은 53세다.



세 가지 조건을 좀 더 섬세하게 따져보자. 금융인이라 함은 뱅커를 말한다. 행정관료나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자(Investor)는 제외다. 다시 말해 정부 출신이나 투자은행, 증권, 보험 출신 등은 좋지 않다. 전직 우리은행 회장들의 실패 역사를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글로벌 시각이라 함은 월가나 런던 시티에서 먹힐 만한 인맥,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금융맨을 말하는 것이다. 왜 젊어야 하느냐는 현대의 금융이 인터넷 시대 24시간 글로벌 근무체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대와의 의사소통까지 감안하면 신체적 나이뿐만 아니라 생각 자체가 젊어야 한다. 오늘날 씨티 왕국을 개척한 샌디 웨일 회장은 자그마한 증권사에서 트래블러스그룹에 과감히 M&A 도전장을 내밀기까지 열정적인 도전정신으로 미국 최고 금융회사를 만들어 냈다. 칠순에 가까운 사천왕들은 그런 꿈도, 방법도 모르고 사외이사들과 티격태격하기 바빴다.



우리금융, KB금융 회장 가운데 특히 KB금융 회장이 누가 될건지가 중요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구상은 우리금융 계열은 매각이 먼저다. 따라서 그 자리엔 속전속결로 팔아치우고 떠날 추진력 있는 성격의 소유자가 들어서면 된다. 우리은행의 해외 매각이 안 되면 결국 KB은행이 유력한 인수자일 수 있다. 그렇다면 KB금융이 장차 한국의 메가뱅크 자리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을 좌우할 키맨(Keyman) KB금융 회장으로 누굴 뽑느냐는 경제부총리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뽑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특히 은행이 망가지면서 궤멸적 경제 침체로 이어졌던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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