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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4.20] '금융의 피' 돌아야 경제 살아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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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957회 작성일 2013-04-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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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거치며 망가진 금융, 금융 위기 후 官治·權治 구조 때문

대통령 가까운 \'4대 천황\'이 지배… 새 정부도 금융권 \'자리\'에만 관심

미래창조할 \'성장 통화\' 공급하려면 권력자·관료 손아귀서 금융 빼내야






송희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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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봤다고 한다. GS건설도 올 들어 수천억원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4대강 토목공사로 22조원이 풀릴 것이라는 소식에 건설회사 사장들이 신년 모임에서 만세 삼창을 외쳤던 게 5년 전이다. 만세 소리가 사라진 자리엔 지금 장송곡(葬送曲)이 낮지만 묵직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건설업계만 멍든 게 아니다. 금융도 망가졌다. 국내 61개 증권회사 가운데 15곳이 작년에 적자 결산서를 내놨다. 요즘 점포를 줄이고 일부 사업 부문을 싹둑 잘라내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손해보험 회사들은 고객이 맡긴 돈을 잘못 투자해 떼일 가능성이 있는 금액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85개 자산운용회사는 5년 만에 수익이 거의 반 토막 났고,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곳도 등장했다.



우리는 2년 동안 저축은행 22곳의 장례식을 치렀다. 죽음의 그림자가 증권, 보험, 자산운용업계로 무겁게 퍼지고 있지만 정부 안에서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권력을 막 손에 쥔 신참자들은 금융의 먹구름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이나 감사 자리를 탐낼 뿐이다. \'대통령의 남자들\'이 떠난 자리엔 벌써 다른 대통령의 또 다른 남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금융산업만 놓고 보면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를 훨씬 앞질렀다. 노무현 정부는 서울·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만들어보겠다며 어설픈 그림이나마 내놓았고 외국 기업이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금융대학원을 설립했고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도 취했다. 자본시장을 통합 관리할 법도 그때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자가 깔아놓은 금융의 도로를 더 넓히고 더 매끄럽게 포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거꾸로 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금융 위기와 마주치자 규제의 올가미를 조이면서 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금융 과제를 무더기로 취소해버렸다. 당시 권력의 핵심 인사들이 금융을 보는 시각은 \"은행장이란 해외에 나갈 때 으레 거래 기업들로부터 \'축 장도(祝壯途)\' 뒷돈이나 받아 챙기는 사람들\"이 아니면 \"은행원은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아가는 날도둑들\"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이런 편향된 시각은 금융계를 양손에 더 꼭 쥐려는 권력 행사로 표출됐다. 주요 금융 지주회사는 대통령과 가까운 \'4대 천황(天皇)\' 지배 아래 들어갔다. 관료 출신들이 민간 금융회사들의 모임인 금융단체 회장직을 모두 장악해버렸다. 공무원들이 금융회사 머리 꼭대기에서 호령하는 \'관치(官治)\'를 넘어 권력자들이 그 위에서 절대 권한을 행사하는 \'권치(權治)의 꽃\'이 활짝 피었다.



이명박 정부가 금융을 보는 시각이 \'편견\'이었다면 박근혜 정부의 금융관(觀)은 \'무관심\'이라고들 한다. 금융계에서는 아픔을 호소해도 받아주지 않고 금융이 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겠다고 졸라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불평이 자자하다. 그러면서도 가계 부채를 탕감해주라는 부실 쓰레기 처리 작업은 금융계에 떠넘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상징 부서는 미래창조과학부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뒤섞어 새로운 성장 산업을 만들겠다는 조직이다. 하지만 신기술을 발명할 때부터 새 상품을 만들고, 새 회사를 세워올린 후 시장에 내다 팔 때까지 고비고비마다 필수적인 것이 금융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 뭔가 기발한 창조물을 내놓겠다는 욕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성장 통화\'를 공급할 금융 파이프를 서둘러 손봐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벤처기업가들의 최고 요람이 된 배경도 설익은 회사가 쑥쑥 크도록 성장호르몬을 공급하는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을 다 날려도 좋다는 리스크(위험)를 안고 돈을 대는 금융회사가 많기 때문에 창업하려는 젊은이가 몰려들고 있다. 만약 실리콘밸리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지명한 은행장을 보내 한국의 금융 제도로 벤처기업을 키워보겠다고 나서면 그곳에 있는 회사들은 곧 망하거나 망하기 전에 실리콘 밸리를 떠날 것이다.



외환 위기를 두 번씩 겪다 보니 금융산업은 정부가 통제하는 게 최선이라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반도체·휴대폰도 정부가 손을 떼면서 더 튼튼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우리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금융을 권력자와 관료들의 손아귀에서 빼내야 한다. 미국·영국은 물론 홍콩·싱가포르까지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은 대부분 금융을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 산업으로 키웠다. 박근혜 정부는 금융 무관심 증상을 떨쳐버리고 금융산업을 경제 회생의 칼로 활용할 구상을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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