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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4.8] 景氣 부양, 의지도 방향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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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848회 작성일 2013-04-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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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 호황은 10년 전 개혁 덕분

한국 경제 틀을 바꿔야 할 시기에 새 정부는 찔끔찔끔 단기 부양책만…

부양책 성공하려면 메시지 단순하고 정책 초점 모아져 시장 압도해야

시기 늦으면 재정 투입 더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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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이 유럽의 수도(首都)가 다 됐다고들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온 세계가 미국의 금융 제국주의를 욕하면서도 워싱턴으로 몰려갔다. 유럽 국가들도 메르켈 독일 총리를 \'21세기 히틀러\'에 빗대면서도 그의 옷소매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손을 벌린다. 독일 홀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그를 닮고 싶어 하는 여성 지도자가 전 세계에 한둘이 아니다.



호황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슈뢰더 총리였다. 10년 전 그는 \'어젠다 2010\'이라는 개혁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노동법과 복지제도를 밑바닥부터 흔들어 놓고 세금을 내렸다. 투자를 막는 행정 규제도 크게 손봤다.



당시 야당이던 메르켈은 처음엔 슈뢰더의 경제 회생책을 독하게 비웃었다. 메르켈의 저주가 통했는지 슈뢰더는 2년 뒤 정권을 메르켈에게 넘겼다. 메르켈은 슈뢰더의 정책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개혁을 더 밀고 나갔다. 그는 경제개혁의 맛있는 열매를 따 먹을 자격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부처 업무 보고가 끝나가고 있다. 슈뢰더처럼 5년 후, 10년 후를 걱정하며 지금 무엇을 고쳐보겠다는 정책은 좀체 찾기 어렵다. 다급한 것은 경제 부흥이 아니라 경기 회생일 것이다. 10년 후까지 생각할 겨를은 없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2011년 2분기 0.8% 성장률을 기록한 이래 7분기 연속 1% 미만의 성장에 머물고 있다. 성장판이 닫혀 키가 크지 않는 \'소수점 아래 경제\'가 되고 말았다. 경제의 틀을 슈뢰더처럼 크게 한번 흔들어야 할 시기를 맞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하다. 장관들은 추경(追更)을 하겠다고 바람을 잡고, 한국은행에는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한다. 그저 부스러기 땔감을 모아 모닥불을 지펴보려는 논의만 한창이다.



단기 부양책도 필요하기는 하다. 울고 있는 국민 입안에 알사탕이라도 넣어줘야 \'정권은 바뀌었는데 경기는 왜 이러냐\'고 투덜대는 잡음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부양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메시지가 알아듣기 쉽고 단순해야 한다. 미국은 실업률이 6.5%로 하락할 때까지 돈을 풀겠다고 했다. 일본도 물가 상승 목표를 2%로 잡고 통화량을 2년 동안 2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정책의 목적지와 마감 시간이 분명하다. \"창조경제가 뭐냐\"고 물으면 누군가 그걸 설명하고, 그러면 다시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냐\"고 되묻는 광경은 없다.



부양책 방향도 초점이 한곳으로 모여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30대 재벌 기업 사장들을 모아놓고 투자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경제 민주화\'를 겁내지 말라고 달랬다. 바로 그날 국세청은 사상 최대의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겁을 줬다. 복지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이 뿌려대는 찬물을 뒤집어쓰면서 투자의 불씨를 살려보겠다고 낑낑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시장을 압도해야 하는 것도 부양책의 필수조건이다. 시장에서 양도세를 5년 동안 면제해달라고 요청하면 정부는 그 이상 면제해야 효험이 나온다. 세율을 2%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 때 3%를 내려줘야 분위기가 살아난다. 2000년대 각국이 실시한 경제정책의 효과를 분석해 놓은 자료들을 보면 시장의 기대치에 밀리는 정책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달 들어 경제팀은 부동산 대책만 달랑 내놓았다. 투자 촉진 대책은 다음 달, 벤처 창업을 부추기는 대책은 그 다음 달로 미뤘다. 추경은 여태 확정하지 못했다. 찔끔찔끔 뿌리는 부양책으로는 정책의 힘이 분산돼 시장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없다.



서울에 와 있는 일본 공무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민심은 왜 이리 변덕스럽습니까?\" 일본이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 교섭에 참가하는 문제를 놓고 일본 여론은 70% 안팎이 지지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는 그런 개방 협상에 참가하면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여론이 훨씬 강했다. 아베의 정책이 시장을 압도적인 힘으로 장악해버린 결과 민심이 뒤집힌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시기다. 시장의 기대치가 가장 높았던 호기(好機)는 3월이었지만 이미 그 기회는 놓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대책에 대한 기대는 하락한다. 뒤늦게 부양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재정 투입 규모를 더 늘리고 금리도 생각보다 더 내려야 한다. 때를 놓치면 기회를 다시 잡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비싸지는 이치가 경제정책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경제팀은 발표가 늦어질수록 더 강도 높은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무겁게 느낄 것이다.



업무 보고와 부양책 논의를 지켜보면 한국 경제는 슈뢰더도 만나지 못했거니와 메르켈을 만날 운도 없는 팔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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