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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구 칼럼/2.14] 북핵 문제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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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038회 작성일 2013-02-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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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년 동안 진행된 북핵 문제를 간추려 보면 일정한 패턴이 반복됨을 알 수 있다. 북한의 도발로 위기가 초래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각종 제재 조처를 취하다가 어느 순간 이를 접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간다. 그러다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 되면 다시 위기가 조성되고, 제재와 대화 국면이 되풀이된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야기된 1차 북핵 위기가 그런 경우다. 북한이 엔피티 탈퇴 이후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 연료봉 추출을 강행하자 미국은 94년 6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준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에서 이를 위한 3단계 작전계획을 검토하는 등 북한 공격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행히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나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전쟁 일보 직전에서 북한 공격은 철회됐다. 미국이 공격을 포기한 데는 ‘군사적 정밀타격’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입게 될 엄청난 피해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전면전이 일어나면 미군 5만2000명, 한국군 49만명에 민간인 10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미국과 북한은 대화를 통해 1994년 10월 북핵 동결과 북한 경수로 건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1차 북핵 위기 이후 10년 만인 2002년 조성된 2차 위기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북한은 2002년 말 미국이 대북 중유 지원을 중단하는 등 ‘제네바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비난하며 핵 동결 조처 해제를 선언했다. 하지만 2차 위기도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을 통해 2005년 북핵 포기 등이 담긴 ‘9·19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진정됐다. 그러나 북핵 검증체제 구축을 둘러싼 이견 등으로 2008년 8월 북한이 ‘핵 불능화 중단 성명’을 발표한 이후 북핵 불능화 과정은 지금까지 교착상태다. 그 와중에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2009년 5월 2차 핵실험에 이어 지난 12일 3차 핵실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3차 핵실험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반응도 1, 2차 북핵 위기 때 보였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추가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국제 공조를 강조하며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재 일변도의 대응으로 북핵 문제가 풀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결국 이번 북핵 위기도 당분간은 제재 국면이 지속되겠지만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경험한 대로, 대화에 이르는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와 국제사회의 부담은 늘어나고,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은 증대될 것이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돌아보면 상황은 명확해진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중요한 대목은 북한이 체제 안보 차원에서 핵 개발을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 몰락으로 체제 유지에 불안을 느낀 북한은 본격적인 핵 개발을 시작했고,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고서 협상에 나섰다. 이는 거꾸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합의안이 지켜지지 않으면 언제라도 핵 개발을 재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차 북핵 위기는 그렇게 조성됐다. 이 과정에서 합의안 파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북한은 자신의 체제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핵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이번 3차 핵실험도 그 연장선에 있다.



곁가지를 치고 보면 해법은 간명하다. 북핵 문제 해결은 북-미 직접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하며,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 줄 때만 가능하다. 우리 정부의 역할도 여기에 치중해야 한다. 대내외적인 역학관계와 국제정세가 아무리 달라지고 북핵 성능이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해도, 다른 뾰족한 대처 방법이 없다. 이러한 북핵 문제의 본질을 도외시한 강경 대응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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