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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1.26] 한쪽 날개로는 成長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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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669회 작성일 2013-01-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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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업무 산업자원부 이관 등 제조업 중시 정부 조직 개편안

달라진 우리 경제와 동떨어져…

제조업 비중 선진국보다 높은 한국은 서비스산업 더 키워야

비제조업·금융업 홀대는 금물



120여년 전 일본 메이지(明治) 왕이 오사카를 방문했다. 오사카는 \'검은 연기에 뒤덮인 우중충한 마을\'이었다. 섬유 공장 등에서 내뿜는 매연이 하늘을 덮었다. 메이지 왕은 \"일본도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만족스러운 소감을 내놓았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선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다. 전기·엔진·전화가 발명됐고 석유화학산업이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공장 굴뚝에서 코끝이 따가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시속 10㎞로 달리는 괴물(자동차)\'이 마차와 충돌해 사망 사고를 내던 시절이었다. 일본의 왕에게 퀴퀴한 검은 연기와 선진국은 동일어였다.



세월이 흘러 작년 가을, 미국 경제학계의 논쟁거리 중 하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둘러싼 것이었다. 컴퓨터·인터넷·휴대폰 같은 정보화 혁명의 발명품들이 과연 미국의 성장을 얼마나 이끌어 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논쟁을 촉발한 첫 질문자인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페이스북과 휴대폰은 있지만 상수도가 없는 생활\'과 \'상수도는 있지만 페이스북과 휴대폰이 없는 생활\'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거냐.\" 그는 산업혁명 시절 탄생한 상수도가 정보화 시대의 산물인 휴대폰·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보다 인류의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성장에 ICT 산업이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통신산업은 지난 40여년간 성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잘했을망정 나라 경제를 앞에서 끌고 가는 주력(主力) 엔진은 되지 못했다는 것을 많은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 경제의 현 위치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 우리는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가. 정보통신 혁명에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것인가.



인수위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정보통신 혁명의 물결을 확산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행정부 내 부처 간 서열도 기획재정부 다음으로 2번 좌석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다.



인수위는 통상 협상 교섭권을 오랜 세월 제조업을 관장해온 부서에 붙였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시각에서 보면 국산 공산품의 수출 시장을 열어줄 통상 협상 업무는 제조업 담당 관청이 맡아야 한다. 2008년 위기 이후 미국·프랑스에 이어 일본까지 제조업 중시 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니 얼핏 보기엔 새 정권의 제조업 챙기기는 선진국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19.2%(2011년)이다. 프랑스는 18.7%, 일본은 27.3%다.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면적은 39.2%로 훨씬 높다. 선진국들이 꺼져가는 제조업 엔진에 불을 다시 지펴보겠다고 할 때 우리는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필요가 없는 나라다. 우리 제조업은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관심과 투자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한국 경제는 한쪽 날개에선 제조업 엔진을 완전 가동한 채 반대쪽 날개에서는 서비스 산업의 엔진에 불을 하나 더 댕겨야 할 시점이다. 갤럭시 휴대폰을 수출하는 것과 동시에 싸이·소녀시대를 키운 연예 기획사를 디즈니처럼 세계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워야 한다. 10조원짜리 해양 플랜트를 생산하면서도 심장 수술을 받으려고 전 세계 심장병 환자가 몰려드는 일류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우리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두 날개로 비상(飛上)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서비스업의 날개를 펼치려는 노력이 부족해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명박 정부 5년의 평균 성장률은 고작 2.9%에 머물렀다.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성적표다. 큰 우물을 하나 더 팔 생각은 하지 않고 수출 기업과 제조업, 대기업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면서 과거 정권이 파놓은 우물에서 물을 퍼내 쓰기만 했다.



새 정권의 인수위도 낯익은 우물물에 친근감이 가는 모양이다. 우리 경제가 과거와는 딴판으로 달라진 줄도 모르는 것 같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통상 협상은 공산품의 관세(關稅)를 다투는 줄다리기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고용 노동 분야부터 문화, 교육, 의료 건강, 환경 등 비(非)제조업을 둘러싼 개방 협상이 중요해졌다.



제조업 등쌀에 금융산업도 밀려난 듯하다. 우리나라 금융의 자금 중개 기능이 허약해 벤처기업이 탄생하기 힘든 현실을 외면한 채 금융 행정 조직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까지 굴뚝 연기를 \'선진국 아지랑이\'로 여기고 ICT만이 번영으로 가는 직행 티켓인 줄 착각하고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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