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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1.14] 한국 경제, 10년·20년 후엔 연금으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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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52회 작성일 2013-01-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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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46%인 공무원·군인연금 적자 메워줄 돈 10년 뒤엔 5배로

국민연금, 이대로 가면 빈 깡통… 비정규직 구별 않는 법규도 시급

새 정부, 수십 년 꾸준히 해 나갈 경제 재건축 공사 미루면 안 돼



전체 복지 예산이 100조원인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그 돈이 빈곤층이나 보육원 같은 곳에 다 가는 게 아니다. 그중 3할가량은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공적(公的) 연금이 뚝 떼어간다. 복지 예산 중에는 특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노후 보장용 예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 세금을 나눠 먹는 데는 \'등고선(等高線) 법칙\'이란 게 있다. 정부 예산실과 국회를 권력의 꼭짓점으로 삼을 때 그 꼭짓점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사람들이 먼저 실속을 챙긴다는 원리다. 국회의원들은 의원 연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공무원과 군인·교수 집단도 예산실과 국회를 들락거리며 온갖 소리를 다 해가며 복지 예산 중 알짜배기를 차지한다. 산 아래 낮은 등고선 동네 사람들은 조그만 빵 조각을 놓고 자기들끼리 다툴 수밖에 없다.



2011년 현재 국가 부채는 744조원이다. 그중 342조원은 공무원·군인연금으로 내줄 돈이다. 공무원은 현직에 있을 때는 기업 임직원과는 달리 권고사직, 구조조정, 명예퇴직, 해고라는 단어를 모른다. 은퇴 후에는 나라야 빚을 지든 말든, 부담이 국민에게 가든 말든 따뜻한 연금 혜택의 이불 속에서 살아간다.



문제는 그 잘난 사람들의 퇴직 후 인생을 지탱해주는 비용이 해가 갈수록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워줄 재정 부담액이 10년 후엔 지금의 다섯 배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어깨에 얹히는 세금 고지서의 중압감이 다섯 배로 커진다고 상상해보라.



정치인과 관료들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 산꼭대기 부근에 사는 사람들끼리 눈짓 손짓 주고받으며 10년 후 일어날 소동일랑 그때 가서 보자는 자세다. 정치인과 공무원은 복지 예산이 늘어나면 가장 맛있는 부위(部位)를 누구보다 재빨리 챙기는 계층이다. 그러면서 신규 채용되는 공무원들부터 연금 수령액을 대폭 줄이겠다거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겠다는 큰 개혁안은 내놓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순탄하게 성장하려면 이런 장기 과제 처리를 더 미룰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5년 중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박근혜 팀은 10년 후 일어날 사태, 20년 후 드러날 골칫거리를 찾아내 해답을 제시하고 첫발을 내딛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던 나라, 공무원연금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나라들의 실패와 성공 사례는 다 정리돼 있다. 아무리 뛰어난 대통령이라도 이런 문제를 어느 날 깜짝 선언으로 단칼에 해치울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20년, 30년을 두고 꾸준히 밀고 가야 할 과제들은 반드시 야당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한번 대책을 세워놓으면 정권 교체와 관련 없이 계속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서 재건축 공사의 출발 신호를 당장 울려야 할 해묵은 현안은 적지 않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이 47년 뒤 바닥난다고 하지만 36년 후 고갈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기금 규모가 최고 2400조원을 넘어서고 그 돈을 아무리 잘 굴려도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가 많으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르면 우리 세대, 늦어도 다음 세대 초반에 국민연금은 텅 빈 깡통이 될 것이다.



연금 기금이 줄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세금으로 메워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면 정부도 손을 들 것이다. 우리 세대는 쥐꼬리만 한 연금이나마 탈 수 있겠지만 후손(後孫)들은 자기가 부은 연금조차 노후에 돌려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 이런 사태가 오면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다단계 판매 사기 사건을 벌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이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30~40년 후에 통용될 새로운 연금 제도를 설계해 올해 가입자들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도 단번에 해치울 비책(祕策)은 없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노동 관련 법을 개정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별하지 않은 새로운 근로계약제를 도입해 올해 처음 입사하는 사원부터 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 신입 사원부터는 회사 측에 해고의 자유를 주면서 그 대신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따로 뽑지 못하도록 못을 박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못하는 법이 20년가량 실행되면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사라질 것이다.



새 정권 인수위는 대선 때 던져진 숙제를 처리하는 데만 골몰하는 듯하다. 그런다고 10년 뒤, 20년 뒤 닥칠 국가적 난제에 도전하는 일을 망각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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