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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2.21] 기다려지는 `박근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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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167회 작성일 2012-12-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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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권력은 시간의 옵션물이다. 당선한 날 이후 힘은 매일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당선인이 누굴 만나고 어떤 행사를 하는지 보고 귀신같이 정권의 정체성을 평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을 몰래 만난 일이었다. 곧이어 한노총, 민노총을 찾아 \"현재는 경제계의 힘이 세지만 5년 동안 불균형을 시정하겠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느닷없이 한겨레신문을 방문(1월 9일)하고 정연주 씨에게 남북문제 등에 관해 자문했다. 그는 당선 초 몇 가지 몸짓으로 친노동계, 친북 성향의 딱지를 확실하게 달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첫 공식행사는 전경련에 들러 재벌총수들과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선언한 일이었다(12월 28일).



관찰력이 날카로운 어떤 전직 장관은 총수들 가운데 3명은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형집행을 앞둔 시점에서 당선인이 악수하고 농담하자 `큰일났구나` 생각했다 한다. 이어 교회를 인연으로 정권인수위원장이 임명되고 그 유명한 `아륀지(orange)` 발음으로 사회 분위기가 나빠졌다. 그 울화들이 시나브로 촛불로 타올랐다.



두 당선자는 스스로 국민의 편을 갈랐다. 그것은 오만(hubris)이 부른 함정이었고 결국 성공의 궤적에서 스스로를 밀어냈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들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경기침체 등의 상황을 보면 권력이론상으로 여당이 정권교체를 당하지 않은 게 행운이다. 그래도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새누리당에 대한 한 가닥 신뢰와 교체해버리고 싶은 대중의 원초적 본능과의 싸움이었다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의 공약 중 잘살아보세, 중산층 70% 복원 등에 그래도 실낱같은 기대를 걸지 않았을까. 선거 결과는 경제적 약자의 패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2030세대, 호남에 더욱 포용적이어야 한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도 의표를 찌르는 리니언시 전략을 내미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제 선거와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 5년 정권의 일할 시간은 기껏 3년 남짓이다. 할 수 있는 일의 우선순위, 재원 배분을 냉정하게 정해야 한다. 경제와 국제여건은 위기다. 여기서 `레이건 메모` 이야기를 박 당선인에게 들려주고 싶다. 30년 전 레이건이 대권을 물려받았을 당시는 제2차 오일쇼크로 오늘날 글로벌 경제상황만큼 엉망이었다. 최고의 두뇌들이 경제문제 해법을 전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세금을 더 거둬서 경제성장 대책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기업이 믿고 투자하고 성장해 일자리가 해결된다.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흔들리면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 경제정책은 땜질식(helter-skelter)이 아닌 꾸준한 일관성이 생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년 5월 오래된 이 일화를 새삼 소개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통화, 세금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 당선인 측도 믿음의 원칙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 기업을 움직이게 할 `박근혜 메모`가 필요하다.



선거 전 삼성, 현대그룹 관계자들에게 \"누가 당선돼야 안심이 되겠느냐\"고 물으니 \"원칙대로 하는 박 당선인이 더 무서울 수 있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창의력(경제적 자유), 사유재산 보호(신뢰), 기업가정신 창양이 3각대로 지지되지 않으면 국가발전은 없다. 이 원칙을 해치지 않는 가운데 경제민주화, 증세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빨리 내놓는 게 좋겠다.






미국 애플이 해외에 있던 공장을 유턴시켜 미국 내에 공장을 지은 데서도 힌트를 얻기 바란다. 새 대통령은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거나 청와대로 그들을 불러 협조를 얻어야 한다. 국민이 목말라하는 투자-성장-일자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아주 빨리 레임덕이 들이닥칠 것이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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