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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1.30] 프랑스를 닮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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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218회 작성일 2012-11-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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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이 구조조정을 시행하자 프랑스는 \"공장을 국유화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해 무척 시끄럽다. 이 철강회사의 주인은 인도인이다. 플로랑지 소재 용광로 두 곳이 5억달러가량 적자를 내자 문을 닫으면서 629명을 해고하자 난리를 치는 것이다. 몽테부르 산업장관은 \"회사를 팔고 떠나라\"며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영국의 비즈니스위크는 프랑스가 `유럽의 시한폭탄`이 됐다고 개탄하는 특집을 냈다.



지금 프랑스의 상황은 어떤가. 프랑스인은 자본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적개심을 갖고 있다. 노조는 너무나 강하고 규제는 최고로 세다. 그래선지 신설법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주식시장의 CAC-40종목은 1987년 탄생 이래 한 종목도 안 바뀌었다.



올랑드 정권은 부자 소득세를 75%나 올리기로 했다. 프랑스 최고 갑부는 벨기에 국적을 취득하려다 들켰다. 새 정부는 은퇴연령을 62세에서 60세로 당겨 다시 놀자판 분위기를 조장하고 국민연금 부담도 확 늘렸다.



노동자들은 개혁의 `개`자만 들려도 길거리로 뛰쳐나온다. GDP 대비 정부지출은 5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30년 전 국가부채는 22%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90%가 넘는다.



그러나 한국이 꿈도 꿀 수 없는 보물이 프랑스에는 많다. 세계 500대 안에 드는 기업들이 미탈 외에도 미쉐린, 카르푸, 로레알, BNP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 AXA, LVMH 같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 기업들은 해외를 집시처럼 떠돌아 국내 고용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이익 규모는 날로 쪼그라드는 중이다. 하이테크ㆍ인터넷기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제조업 비중은 GDP의 11%에 불과하다. 참고로 한국은 28%다.



규제와 강성노조, 부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등이 기업가정신을 짓뭉개니 청년실업률은 25.8%까지 치솟고 총실업률도 11%에 육박한다. 프랑스에는 유독 종업원 49명짜리 회사가 많은데 그 이유는 50명이 되는 순간부터 최소한 34개의 새로운 규제들이 목을 죄어오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임금수준은 1999년 유로화 체제가 출범하기 전에는 독일보다 낮았다. 지금은 20~30% 더 높다. 독일과 스웨덴은 경제가 헐떡거리자 임금동결, 복지축소 등 피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프랑스는 아무것도 안 했다. 그 결과 제조업 경쟁력이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수출시장 점유율 20%를 잃었다. 은행들은 기업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다. 공무원 숫자는 인구 1000명당 90명으로 독일의 5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고 기업들은 강성 노동자를 고용하느니 자동화 설비에 투자한다. 그리하여 지하철에는 운전기사가 없다.



지금 유로존 국가들은 뼈아픈 긴축의 고통에 신음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노(No)!`다. 왜냐고? 프랑스인들이 어떤 분들인데. 세계 최고의 문화, 혁명적 사상의 본류, 문학, 음식과 관광…. 내가 세상의 왕이고 1등 국민, 1등 국가인데 누가 감히 나한테 변하라고 요구하는가? 이 `밥맛없는 오만`이 프랑스를 추락시켰다고 IMF는 지적했다.



프랑스에는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위기의식이고 또 하나는 신설법인이다. 제 발이 저린 탓인지 프랑스인들의 80%는 \"미래가 불안하다\"는 비관론에 젖어 있다. 독일인의 5분의 4는 정반대로 미래를 밝게 본다.



프랑스가 한심한가?


한국도 대선시즌에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는 상황이 아닌가. 기업이 투자를 않고 청년 일자리가 없으면 의당 스웨덴 독일식 노동개혁이 거론돼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개혁`을 일절 거론하지 않고 과거의 망령들과 싸운다. 한국의 신설법인이나 청년창업도 무척이나 쪼그라들었다. 이스라엘의 `후츠파` 열정에 비하면 캔두(can do) 스피릿이 떨어진다. 프랑스 짝 나지 않게 정신 차릴 일이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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