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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11.23] 단일화 드라마의 흥행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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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932회 작성일 2012-11-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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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드라마다. 승부는 드라마의 완성도에서 갈린다. 주연의 역량, 역정, 역사관과 진정성은 완성도의 요건이다.



 후보 단일화는 감동 드라마를 내건다. 토론회는 감동의 전달 기회다. 문재인·안철수의 21일 밤 토론회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긴박함과 짜임새가 떨어졌다. 잦은 허술함에다 느슨했다. 대통령 후보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흥행 성적은 미달했다.



 그 100분 TV 토론회는 단일화의 실상을 드러냈다. 문·안의 실력과 면모가 비교된 첫 자리였다. 모두 발언과 “내일 만나자”는 약속에서 긴장은 유지됐다.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 역동성과 긴박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맞짱 토론, 진검 승부라는 예고는 빗나갔다.



 안철수는 감성을 자극하려 했다. 그의 발언 차례는 대학 강의실 같았다. 교수가 노트를 들춰보며 정답과 질문요지를 찾는 듯했다. 그는 국정 세계를 낯설어했다. 그런 미숙한 인상은 유권자에게 각인된다.





 문재인은 큰형님의 이미지를 추구했다. 상대를 달래기도 하고 훈계를 담아 따지기도 했다. 그는 ‘참여정부’를 자주 회고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무현과의 차별화 전략에 장애다.



 흥행 미흡은 무엇 때문인가. 같은 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인가.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해명은 충분하지 못하다.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과 비교돼서다. 경선에 문재인과 손학규·김두관·정세균이 나왔다. 그 마이너 리그는 치열했다. 문·안 메이저 리그는 마이너보다 저조했다. 그것은 콘텐트 부족과 역량 미흡 때문이다.



 주연들의 역정은 감동 드라마의 결정적 요소다. DJP(김대중+김종필) 단일화 주역들의 삶은 격랑과 풍운이다. 그 반전과 곡절은 비장했다. 그들의 정치 행적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두 사람은 좌우, 여야, 보수·진보의 한쪽을 상징했다. 대비는 비장함과 파격의 효과를 높인다.



 노·정(노무현+정몽준)의 대비도 강렬했다. 고졸 대 재벌, 노동운동 변호사 대 사용자는 양극의 면모다. 이념과 지지 기반의 갈림은 선명했다. 노무현은 돌출한 신인이 아니었다. 그 시점 14년 전부터 집념의 승부사였다. 그는 1988년 5공 청문회를 주도했다. 그 청문회는 전환기적 사건이었다.



 문·안의 단일화 드라마는 세 번째다. 하지만 그 드라마적 요소는 과거에 비해 부실하다. 대조 효과도 비슷하다. 두 사람의 정책 지향과 지지 기반은 유사하다. 안철수가 일찍 좌파·진보진영에 진입해서다.



 주역들의 말은 감동을 낳는다. 언어에 결연함이 담겨야 한다. 안철수는 ‘국민’을 내세운다. 그는 자신을 “국민이 부른 후보”라고 한다. ‘국민’은 껄끄러운 쟁점 때 등장한다. 그는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피해 간다.



 국가지도자는 기습적 상황에 직면한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은 재발할 수 있다. 그럴 때 국민에게 묻고 수습 방안을 내놓을 것인가. 여론탐색으로 대응하면 실기(失機)한다. 국가는 혼란에 빠진다. 지도력의 핵심은 결단이다. 리더십의 고독한 결단이 위기를 퇴치한다.



 ‘국민’은 과거 민주화 투쟁 시절의 용어다. 다수 국민의 정치 감각은 단련돼 있다.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져졌다. 국민 내세우기 정도에 감흥을 느낄 국민이 아니다. 다수 국민은 안철수의 ‘국민’보다 한 수 위다.



 양측은 ‘새 정치 공동선언’을 했다. 그 선언문은 정치판에서 흔하게 거론돼온 수준이다. 문재인은 새 정치에 대해 “국회가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 균형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지적은 적절하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 현장은 상임위다. 장관이 출석한다. 의원들은 정부의 정책실패와 민심이반을 추적, 추궁해야 한다. 공무원은 노련하다. 지금 국회는 초선 의원들로 넘쳐난다. 초선의 경험 정도론 행정부 견제가 벅차다. 그 때문에 그 선언은 실감나게 전파되지 않는다.



 새 정치의 핵심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선진 정치는 예측가능성이다. 지루한 단일화 협상은 정치 선진화에 치명상을 주었다.



 안갯속 협상은 여론조사의 함정을 부각시켰다. 오차 범위 내 우열은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문·안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 범위다.



 그 안에서 순위 판정은 조사의 왜곡과 모순을 자초한다. 그런 승패는 정치 불신을 키운다. 승복하기 힘들어진다. 그럴 경우 개그와 풍자가 감동을 압도한다. “불쏘시개” “죽 쒀서 X 줬다”는 비아냥이 풍미할 것이다.



 단일화는 초읽기에 몰렸다. 후보 등록 마감은 26일이다. 투표용지 인쇄 전날(12월 9일)까지 협상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후보 등록 후 출마 포기는 사기성 담합이다. 문·안 담판은 진행된다. 담판의 결말은 결연하고 깔끔해야 한다. 그래야 그 드라마는 감동 재점화의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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